강아지 하늘나라 - 꿈꾸는 나무 21
신시아 라일런트 글 그림, 고정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겨울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큰 아이가 어미잃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저기 털이 빠지고, 비쩍 마른데다가 고약한 냄새까지...그야말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어요. 아마도 어미가 먹을것을 구하러 나간사이 돌아다니다 우리 아이 눈에 띄었나봐요. 집에서 키워도 좋겠냐는 아이의 말에 전 한마디로 '노우'였습니다. 매몰차게 들리겠지만...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를, 것두 너무 약해보여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아이들 건강에도 안좋을것 같아서 아이를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한참이나 친구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헤메인듯 제게 애원하다시피 간절하게 말하더군요. 날씨도 너무 춥고,아무리 찾아도 어미는 보이지 않고, 많이 아파 보여서 지금 내보내면 얼어 죽을꺼라는게 이유였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유였고 아이의 생각이 기특하여 망설이던 전,마침 유치원에서 돌아 온 우리집 말썽쟁이 아들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그만 아이들 편에 서고 말았답니다. 강아지라면 몰라도 고양이는 웬지...암튼 그날로 고양이는 우리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따뜻한 물에 목욕도 시키고,우유도 데워주고 ,그러고 나니 그런대로 봐줄만은 하더라구요.

큰 딸 아이는 어릴적 놀던 소꿉놀이 밥그릇을 고양이 밥그릇이라며 턱하니 내놓고, 작은 아이는 이제 작아서 못 입는 옷이라며 고양이 이부자리를 만들어 주더라구요. 때마다 목이라도 마를새라 물 떠다 주고 거실에 실례한 것도 휴지로 치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전 잠시라도 고양이를 내보내려고 했던걸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시간이 날땐 고양이를 안고 나가 어미가 많이 찾을꺼라며, 어미를 많이 보고싶어 할꺼라며 어미 고양이를 찾으러 돌아다녔어요. 아이들이 정성이 어찌나 지극하던지...엄마 손으로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니 안하는 아이들이 며칠동안 마음쓰는걸 보니...좋은 경험이 되겠구나 싶어 내심 흐뭇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처음부터 병약해 보였던 고양이는 우리 가족이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버렸어요. 전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이들은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렇게 잘해줬는데...살도 조금 찐것 같고, 털도 많이 난것 같은데, 밥도 잘 먹고, 잘 놀았는데 왜 갑자기 죽어버렸는지 이해 못했죠. 그렇게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반대했던건데...마음이 아프더군요. 고양이를 차디찬 땅바닥에 묻고 오던날 아이들은 참 많이 울었어요. 날씨도 추운데 꽁꽁 언 땅속에서 많이 추울꺼라며, 배도 고플꺼라며, 자기들이 귀찮게 너무 많이 안아줘서 그런거라며 속상해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정이 많이 들었었나봐요. 서로 자기가 잘못해서 그랬나보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 문득...책 한권이 떠올랐습니다. 늘 책장 한 구석을 자리하고 있는 '강아지 하늘나라'였죠.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아직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아이들이라 조용히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라구요.

강아지는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는데, 거기서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아주 많아서 여기서보다 더 행복하다고...하나님께서 구름으로 푹신한 잠자리도 만들어 주고, 하루종일 귀염받고 칭찬받는다고...강아지들은 하늘나라에 가면 모두 착한 강아지가 된다고...집도 생기고 이름이 써져있는 밥그릇도 생긴다고...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었죠.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아이들의 얼굴에 남아있던 의문과 걱정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듯 했습니다. 고양이도 여기서 보다 더 행복할꺼라는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을 보며 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문득 아이들이 부쩍 커버린듯 느껴지더라구요.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작은 사랑을 가르쳐주려고 잠시 다녀오라 했었나봐요. 좋은 책을 써 주셔서 아이들 가슴에 상처가 남지 않게 도움을 주신 작가분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하고 바른 인성을 심어줄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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