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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 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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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상상했던 제국의 이미지는 화려하고 번쩍이는 것들로 가득했다.

화려하기만 한 것은 없다는 걸 깨닫는 즈음부터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역사를 보는 시각을 배우지 못하고 주입식으로 외우는 것에 지쳐서 역사와 점점 멀어졌다는 것이다. 괜히 '역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겁을 먹는 내가 됐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역사책이 술술 읽히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로마제국부터 시작해서 오스만제국, 대영제국, 독일제국 등등 이어지는 다양한 제국들의 얘기는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아무리 강한 제국이라도 흥망성쇠가 되풀이되는 과정을 보며 공통점을 찾아내는 과정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한 저자의 노력이 보여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서라는 말에 지레 겁부터 먹는 나와 같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72p. 클라우디우스와 그라쿠스 형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포퓰리즘은 소외된 시민 대중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 대중의 가슴에서 나온 급진적이고 민주적인 표현이 아니라, 영리한 지배층의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로마제국 때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435p. 역사적 흐름은 직선으로 나아갈 때가 드물다. 강물이 크고 넓고 깊을수록 물은 직선을 이루며 흐르는 법이 없다. 이 굽이를 돌고 저 굽이를 돌아 첩첩한 산을 넘어서 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인간의 역사란 이런 큰 강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어떤 때는 흐름이 느리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강물이 사라진 듯도 보인다. 그저 강바닥에 깔린 모래 밑으로 물이 흘러가는 때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결코 강물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물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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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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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표지만 바라봤습니다. 책 표지의 살짝 어긋나 있는 타자기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의, 미세한 어긋남이 만들어낸 결과는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보고 제가 느낀 감정은 슬픔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공허함. 결국 이 관계는, 적어도 특별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느꼈던 이 관계는 이렇게 끝나는 구나 라는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소설의 재미인데 그런 재미가 확실히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비범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인물들 또한 소설에 더욱 빠져들게 했습니다. 결말은 아프지만, 아픈 결말이 있어 첫 만남이 더 간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허름한 바(Bar) 어딘가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43p. "추신: 다른 사람들 말 듣지 말아요. 이 소설은 '감각적인 공들을 충분히 허공에 던져 올렸어요.' 그게 대체 무슨 뜻이건 간에."

123p. "거기, 반쪽은 어디 갔어요?" 10월의 어느 파티에서 빌리가 화장실에 갔을 때 여자 수강생 한 명이 물었다. "무슨 뜻이죠?" "빌리 말이에요. 두 사람, 거의 일심동체잖아요."

143p. 그가 나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인정하면서도 나는 질투나 열등감 같은 통상적인 감정에 빠져드는 대신 그가 프로그램의 모든 학생 가운데 도와주기로 선택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우쭐함을 느꼈고, 그건 이상한 경험이었다.

159p. 빌리가 지하실에서 보낸 처음 몇 주가
내게는 스타이타운에서 처음으로 보낸 육 년 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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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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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잘 지내지" 같은 말들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알아채긴 힘든 말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흔하게 주고 받아서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달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니 '어떻게 지내요'는 무심하지만 가장 온기 어린 말이었습니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랑했던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38p.) 이 소설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은 이 문장일 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죽어가는 것'으로 넓혀 생각하며, 친구를 바라보는 화자에게 더욱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의 화자는 담담하면서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가끔은 친구의 버거운 부탁도 들어줄 정도로 과감한 면도 있죠.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212p.) 삶은 제가 선택하여 받은 것이 아니지만, 삶을 이루는 것은 제가 한 선택들이고 또한 제가 처리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어린왕자'와 같이 시간이 흐른 뒤 읽었을 때 더욱 얻는 것이 많아지는 책 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고싶은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소장할 가치가 있는 소설입니다.

<책속으로>
92p. 아, 저기 봐! 친구가 말했다. 병원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고, 해가 막 떨어진 참이라 눈이 노을에 물들어 분홍빛이었다. 분홍색 눈송이라니. 친구가 말했다. 뭐, 죽기 전에 저런 것도 봤네.

122p.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Quet est ton tourment?

150p.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 놓는다. 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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