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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표지만 바라봤습니다. 책 표지의 살짝 어긋나 있는 타자기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의, 미세한 어긋남이 만들어낸 결과는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보고 제가 느낀 감정은 슬픔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공허함. 결국 이 관계는, 적어도 특별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느꼈던 이 관계는 이렇게 끝나는 구나 라는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소설의 재미인데 그런 재미가 확실히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비범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인물들 또한 소설에 더욱 빠져들게 했습니다. 결말은 아프지만, 아픈 결말이 있어 첫 만남이 더 간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허름한 바(Bar) 어딘가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43p. "추신: 다른 사람들 말 듣지 말아요. 이 소설은 '감각적인 공들을 충분히 허공에 던져 올렸어요.' 그게 대체 무슨 뜻이건 간에."
123p. "거기, 반쪽은 어디 갔어요?" 10월의 어느 파티에서 빌리가 화장실에 갔을 때 여자 수강생 한 명이 물었다. "무슨 뜻이죠?" "빌리 말이에요. 두 사람, 거의 일심동체잖아요."
143p. 그가 나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인정하면서도 나는 질투나 열등감 같은 통상적인 감정에 빠져드는 대신 그가 프로그램의 모든 학생 가운데 도와주기로 선택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우쭐함을 느꼈고, 그건 이상한 경험이었다.
159p. 빌리가 지하실에서 보낸 처음 몇 주가
내게는 스타이타운에서 처음으로 보낸 육 년 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