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내가 배워야 할 것은 극기보다는 조화가 아닐까 싶었다.
나 자신을 넘어서는 것보다는, 나와 세상을 조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 나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다.
p.121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의의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간이 주체 못할 정도로 많아서 아이는 무료함의 수영장 속을 한
없이 헤엄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시간은 가지 않는다 그 시
절의 시간은 샤갈의 그림에 나오는 시계처럼 더운 날의 아이
스크림처럼 녹아서 흘러내릴 정도로 느리게만 흘러간다. 그리
고 그 시간에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세계와 자신과의 거
리를 조절하면서.
세계의 무게와 자신의 무게를 가늠하면서
다 자란 어른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자신들이 그런 시
간들을 통과하며 어른이 되었음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서 멍하니 있지 말라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 그 시기가 아니면 언제 또 멍하니 있을 수
있고, 쓸데없는 짓을 할 수 있겠는가.
p.184

실은 그건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이방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 다시 한 번 더 무럭무럿 자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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