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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배워야 할 것은 극기보다는 조화가 아닐까 싶었다.
나 자신을 넘어서는 것보다는, 나와 세상을 조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 나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다.
p.121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의의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간이 주체 못할 정도로 많아서 아이는 무료함의 수영장 속을 한
없이 헤엄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시간은 가지 않는다 그 시
절의 시간은 샤갈의 그림에 나오는 시계처럼 더운 날의 아이
스크림처럼 녹아서 흘러내릴 정도로 느리게만 흘러간다. 그리
고 그 시간에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세계와 자신과의 거
리를 조절하면서.
세계의 무게와 자신의 무게를 가늠하면서
다 자란 어른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자신들이 그런 시
간들을 통과하며 어른이 되었음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서 멍하니 있지 말라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 그 시기가 아니면 언제 또 멍하니 있을 수
있고, 쓸데없는 짓을 할 수 있겠는가.
p.184

실은 그건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이방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 다시 한 번 더 무럭무럿 자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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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글자 그대로 번호가 되었다. ... 중략... 그 번호의 이면에 있는 것, 즉 그의 삶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못 된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직 살았든 죽었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 . 삶을 의미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유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서 있는 능력과 초연함을 가져다준다.

가혹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 중략 ...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well being)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 라는 가르침, 즉 인간은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조건의 결과물이거나 유전과 환경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다. 인간을 이런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환자로 하여금 자기가 믿고자 하는 것, 즉 자기가 외적인 영향과 환경의 담보물이나 희생물이라는 사실을 믿게 만든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인간의 자유 또한 제한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조건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조건에 대해 자기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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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그런데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쪽은 늘 유진이었다. 나타나거나 사라지면 반드시 표가 났다. 길을 가다가 멈칫해서 쳐다보는 사람도 꽤 많았다. 존재감이나 호감 같은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자성이었다. 다른 사람과 섞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반응하지도 않으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줄곧 의식하게 만드는 유의 힘이었다.

-알라딘 eBook <종의 기원 [할인]> (종의 기원 [할인]) 중에서

문장 사이에는 어둠처럼 불길하고 심연처럼 불가해한 여백들이 놓여 있었다.

-알라딘 eBook <종의 기원 [할인]> (종의 기원 [할인]) 중에서

혜원에 따르면, 유민과 유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지의 방식’이었다. 유민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성격이라면, 유진은 모든 채널을 오롯이 자신에게만 맞춘다고 했다. 따라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도 하나뿐일 거라고 했다. 나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알라딘 eBook <종의 기원 [할인]> (종의 기원 [할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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