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거 알아?
권일홍 지음, 오나경 그림 / 하움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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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밀려오듯 읽을수록 작가의 온기가 밀려오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단언컨대 요 몇 년 읽은 그림책 중 가장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아마도 작가는 현재진행중인 자신의 육아를 소재로 글을 쓴 것 같다. 아이의 탄생, 처음 뒤집는 날, 처음 ‘아빠’라고 말한 순간, 어린이집 가던 날, 폐렴으로 입원한 날, 회전목마 타던 날 등을 마치 스냅사진처럼 인화해낸다. 일생 단 한번뿐인 아이와의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기 위해서 작가는 자꾸 되묻는다. ‘그런데 그거 알아?’하면서 저 멀리 망각의 강으로 건너가려는 기억을 불러세운다. 그리곤 놓아주지 않는다. 한 편의 그림과 시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애 키우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돌멩이처럼 사소한 순간들을 기어이 바꿔놓고야 말았다. ‘그런데 그거 알아?’라는 주술성에 기대어 ‘불멸성’을 획득한 보석같은 순간들로.
읽으면서 몇 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나 역시 애 키우는 부모라서 그럴 것이다. 분명 애 키우는 건 힘들다. 좀 더 세분화하면 귀찮고 번거롭고 성가시고 짜증나는 일 투성이다. ’제발 빨리 좀 커라‘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 쳇바퀴를 굴린다. 그러다 너무 힘들 때면 선배 부모들에게 하소연 한다. “아, 내가 미쳤다고 애를 낳아서...” 그때 선배들이 열이면 열 하나같이 하는 말. “그런데 그거 알아? 그때가 제일 행복할 때야.”
작가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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