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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모든 것 ㅣ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확 빠져들고 그녀에 대해서 탄성을 질러내고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그녀의 더 깊어진 이야기 속에서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이현'이라는 작가만 믿고 그녀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샀다.
이제 내 나이의 작가들이 글을 써서인지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많은 것이 오버랩되기에 설레면서 읽는다. 그 중에 하나가 '정이현'이다. 그녀의 단편집은 참 신선했다.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그렇지만 작가란 자신의 경험에 비례하면서 자신을 갉아먹고 사는 존재인 것 같다. 사실 정이현은 어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놀라운 창의성보다는 그 현실을 날카롭게 또는 낭만적으로 읽어내는 그 시선이 놀라운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감히 말하지만 서서히 바닥이 나고 있는 것인가. 아쉽다.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현의 문장력은 책을 처음 잡았을 때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고 캐릭터도 명확하고 막연한 서정적인 시적인 문장으로 승부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잘 읽힌다. 그녀의 능력인 것이다.
틱 장애를 앓고 있는 준모, 그리고 난장판인 재벌집에서 죽은 듯이 살아가는 지혜,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담담한 듯이 이겨내고 있는 세미, 세 친구의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의 배경 속에는 내 고등학교 시절이 담겨있다. 그래서 정이현의 작품은 설렌다. 그 당시의 내가 담겨있고 내가 생각이 난다. 무튼 그들은 고등학교라는 상황 속에서 아슬하게 삼각형을 유지하다가 고등학교라는 틀이 사회라는 곳으로 물꼬를 터주자마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마치 무언가 해소된 듯이 또는 그것을 안고서.
그래서 다시 고등학교로 회귀해서 무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이현의 소설을 여전히 재미는 있지만 그녀의 특유함은 사라진 듯 하다. 아, 아쉽다.
점쟁이가 지혜에게 건네는 말은 내가 기억하고 싶어, 담아두었다. 내게 하고 싶은말.
"학생은 꽃이예요.절벽에 핀 풀꽃.잊고 잊히며 살아야 해요.있는 듯이 없는 듯이.오래 안고 가지 말아요.무슨 일이더라도."
"사무쳐도, 아파도, 다 흘려보내요. 내 것이 아닌 듯. 그러면 꺾이지도 밟히지도 않을 거예요."
쓸데없는 이이기로 요새 열광하는 하루키 신간은 기대만큼인가? 우리는 하루키의 작품이 아니라 하루키의 옛 명성으로 그를 보고 열광하고 있지 않은가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