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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1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김형경
반대로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빈틈없는 자기애를 바탕으로 항상 자신을 새롭게 하고, 또한 그 신선함으로 상대방을 긴장시키지.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를 사랑하는 거야. 그런 사랑은 부담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긴장과 탄력을 유지하지. 너라면 고통을 주는 사랑과 긴장감을 주는 사랑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니?
김형경의 소설은 대체로 항상 제목이 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긴 제목은 의미심장하게 뇌리 속에 남는다.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지만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 역시 제목은 알고 있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면 운다’ 그리고 제목만으로 여운과 호기심이 든다.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역설이다. 우리 인생 속의 역설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는 칼이 없듯이 이름 그대로의 형상에 속지 말지어다. 이름은 이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지도 모른다. 인생에는 무언가 있을 것 같지만 아무 것도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을 지 모르는 인생에는 역설처럼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가봐야 아는 것이고 우리는 항상 지나고 나서야 역설적인 일상이라든지 지나온 과거의 의미를 깨닫는다. 여기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힘들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인 듯 격정의 젊음을 지나왔지만 그들의 인생의 앙꼬로서 그 젊음이 기억이 된다. 그러나 또 그것이 큰일인 양 호들갑떨었던 젋은 날들은 또 지금의 아무것도 아닌듯이. 이야기는 역설적이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