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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ㅣ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평점 :
표지부터 눈물나게 그리운 골목길이 보인다. 저 길을 걸어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저 안에 가득한 추억을 꺼내고 싶어진다.
뽀오얀 창문 너머로 내가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작가를 바라보면서 예전의, 그리고 지금의 내가 많이 생각이 난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삶을 통해 배웠던 것들’이라는 구절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글을 쓰기가 난 여전히 쉽지 않은데 작가를 통해 글이라는 것은 자신을 다 내어주고 진심을 보여야 공감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소소한 추억들이, 에피소드들이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계속 귀찮게 간질거리는 느낌 속에서 진심의 힘과 눈물과 그녀의 작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느껴지고 힘이 된다. 힘내라, 별 것 아니다, 괜찮다. 그러나 상투적이지 않고 조개가 자신의 속살을 조금씩 보여주고 다시 슬금슬금 자신의 발을 넣어버리는 그런 견고한 속 안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가난한 어린 시절 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왜 그 속에는 작가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나도 같이 존재하는 것일까. 한때 문학소녀를 꿈꾸던 수많은 작가지망생의 기억을 대신하는 것일까? 왜 이렇게 그녀의 산문은 나를 먹먹하게 하는지. 그리고 과거의 나를 끌어오는지. 그것은 책을 좋아한다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 <미생> 속의 장그래가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변두리 의식의 각성 등에서 ‘나에게 실패란 무엇인가, 나에게 가난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로 다시 되묻게 만든다. 또한 작가는 자신을 어렵게 꺼내어 보였는데 ‘현실을 모르는 낭만주의’라는 평 속에서 그녀의 당혹스러움 속에서 왜 내가 다 부끄러운 것일까.
시간이 지나 ‘참 괜찮은 눈이 온다’고 그 날을 회고할 수 있는 작가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마치 ‘응답하라 1999년’처럼 나의 지나온 시간이 그립기만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