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 벨 이마주 111
메리 어메이토 지음, 고정아 옮김, 델핀 뒤랑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나도 그런 얘길 들었는진 기억에 없지만, 우리 어릴 적엔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소릴 심심찮게 하던 때였다. 하고 많은 다리 중에 왜 영도다리라는 특정한 다리 이름을 들먹였는진 모르겠지만, 그 시절, 영도다리 밑 출신의 아이들 정말 많았을게다.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져 온 아이들은 그 말에 상심도 컸을 테고 울기도 했겠지. 그 말이 먹힐 만큼 그 시절의 우리들은 순진했었다.
요즘 아이들, 글쎄다. 이런 말이 먹히기나 할까?
하긴 어른들 조차도 금쪽 같은 자식들에게 이런 말을 함부로 하질 않으니.....
우리 두 아들들은 아기천사나라에서 엄마 뱃속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얘길 듣고 자라 아마 그런 줄 알고 있을게다.
큰 아이는 자기 몸 속 소중한 곳에 '아기씨'가 있다는 정도까진 알고 있으니, 아기천사나라 어쩌고 하는 것도 이미 의심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막내는 꼬꼬닭>의 헤니는 영도다리 아닌 바니 아저씨네 농장의 꼬꼬닭이었다며 언니들의 놀림을 받는다. 자기는 꼬꼬닭이랑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항변을 해 보지만 두 언니들의 억지스런 주장에 정말 꼬꼬닭이었을지도 모른단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두 언니가 헤니의 침대에 달걀이랑 갈색 깃털을 몰래 가져다 둔 게 결정적인 증거물이 되어 진짜 가족을 찾기 위해 바니 아저씨네 농장으로 향한다. 닭장 속 닭들이 마치 헤니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 하다. 닭들과 행진도 하고, 진흙을 묻혀가며 놀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한다. 놀림도 없고, 싸움도 없고, 질투도 없는 마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런 헤니를 찾아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닌 두 언니는 헤니에게 꼬꼬닭이라고 놀린건 거짓말이었다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헤니는 '멍텅구리'라고 부르지 않고, 언니들 보다 더 다정한 닭들과 꼬꼬닭으로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작은 언니 클레어 까지도 평화로운 풍경에 맘이 동요되어 자기도 어쩌면 꼬꼬닭인지 모른다며 헤니에게 꼬꼬닭으로 같이 살면 안 될지를 묻는다. 헤니와 클레어는 꼬꼬닭 자매가 되어 닭장 속 닭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아기자기한 그림 속 세 자매와 닭들의 표정과 행동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지만, 가장 내 눈에 든 그림은 단연 맨 첫 페이지 그림이다.
심술궂은 두 언니들과 놀고 있는 헤니 뒤에 아빠는 오디오를 켜고, 엄마는 아주 우아하게 책을 보고 있다. 세 자매가 놀고 있는 자리 외엔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거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취미를 즐기고 있는 풍경.
내가 꿈꾸는 모습.
우리 집 두 사내녀석들은 태어나서 지금껏 까칠한 엄마가 정리정돈 시키는 연습을 그렇게 시켰건만 엄마의 잔소리 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매번 어지러움을 고수하고 야단을 즐겨맞는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거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는건 아직은 욕심이다. 우리 아들들도 엄마의 잔소리로 부터 해방될 수만 있다면 이런 꼬꼬닭이 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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