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2018 이탈리아 비아레조상 수상작!

이탈리아 소설을 읽어 보는 것은 내 기억으로는 너무나 생소해 처음처럼 느껴진다. 나라로 이탈리아는 워낙 유명하지만 문학으로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탈리아 소설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 제목 <물이 깊은 바다>와 겉표지의 그림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져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호기심과 함께 기대가 생긴다. 첫 페이지에 친절하게 책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바로 만치니 집안의 사람들. 주인공 파비오? 어 ~ 바로 이 소설을 쓴 작가 자신의 이름이다. 아~ 소설은 이렇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자서전적 성장소설이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바로 파비오의 가족 이야기다. 어린 파비오와 아빠 조르조, 엄마 리타, 외할머니 주세피나, 그리고 모두 알파벳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외 할아버지의 형제들들로 파비오의 할아버지들이다. 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형들은 같은 마을에 파비오 집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들이 바로 파비오의 괴짜 스승들이다.
파비오는 10명의 할아버지를 가졌다.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 않는 자신의 소개다. 하지만 가족의 비밀은 아니고 모두 외 할아버지의 형제들이다. 외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9명의 할아버지는 공통점이 많다. 이름이 모두 알파벳 A로 시작하고 모두 결혼도 하지 못한 아니지 여자와 연애는 물론이고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노총각들이다. 소설의 시작은 바로 이 할아버지들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란다, 파비오. 우리 집안 남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야. 마흔 살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된다고들 하더라. 이게 다야."p28

파비오는 여섯 살에 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안의 저주도 알게 되고 자신도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평소 학교에서 쓸모없는 것들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다고 늘 부정적으로 말하던 삼촌( 할아버지이지만 파비오는 삼촌이라고 부른다)이 파비오가 학교에 간 첫날 학교로 찾아와 수업 중 불쑥 끼어들어 닭장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사라지는 사고를 치고 만다. 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달랐던 할아버지들 이런 괴짜 할아버지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바쁜 파비오다. 집안의 유일한 손자였기에 할아버지들로부터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 추억이 많은 파비오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짠한 마음이 생긴다. 파비오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미남이었고 한때 잘 나갔던 가수였다. 지금은 말도 거의 없고 무뚝뚝해 보이고 일만 찾아서 하고 못 고치는 게 없는 수리공이지만 파비오의 눈에는 세상 누구보다 멋진 아빠였다. 그래서 아버지의 추억 이야기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애틋한 마음이 보여 짠하게 느껴졌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이 속담은 자식을 많이 둔 부모에게 걱정이 그칠 날이 없다는 뜻이지만 만치니 집안에 비유하면 딱이다. 노총각으로 평생을 산 할아버지들 덕분에 바람 잘 날 없는 파비오의 성장 이야기,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 이야기에 피식 웃게 되고, 때론 가슴 아픈 가족 이야기에는 마음도 아파지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파비오의 어린 시절 하루하루가 지금의 작가로서 파비오로 성장하게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이런 소중한 대가족들 틈에서 자란 파비오가 부럽기도 하여 흐뭇하게 그의 이야기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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