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녀 새소설 4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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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이야기이다. 그것도 현재 대한민국에 200살이 넘은 초록색 눈을 가진 마녀 이야기라. 낯설다 못해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런 나의 걱정과는 달리 읽으면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 마녀도 우리와 같은 여자였고 자식을 잃은 아픔을 가진 엄마였다.
마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녀 자체의 이야기보다 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세워 죽이는 그 사냥법의 잔인함이다. 마녀로 찍히면 그 판별법으로 물속에 던져 놓고 가라앉아 죽으면 사람이고, 살려고 물 위에 떠오르면 마녀로 판정되어 죽여버리는, 한 번 마녀로 찍히면 그냥 죽는 길밖에 없는 너무나도 잔인하고 비논리적인 마녀사냥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소설에 나오는 마녀 니콜은 영국 런던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마녀 사냥꾼을 피해 영국에서 도망쳐 유럽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9개월쯤에 한국에 숨어들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고 있다. 어느 날 니콜에게 강태주라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오후 어느 날, 차디찬 대리석 위에 맨발로 피켓을 들고 길에 서 있던 여자였다. 마녀는 그날 시커멓게 타버린 강태주의 내면을 보게 된 것이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심장 마비로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규를 보게 되었다. 마녀 니콜은 몇 날 며칠은 같은 자리에 피켓을 들고 있던 강태주를 보고 결국 그녀 앞에 나선다. 자신이 마녀라고 밝히고 죽은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요즘 시대의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마녀라고 소개하면 비웃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여길 텐데 그만큼 강태주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컸기에 니콜의 말을 믿고 자신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니콜의 지시를 따르는데...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전개된다. 마녀 니콜의 이야기와 강태주의 이야기이다. 니콜이 들려주는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와 특히 마녀 이야기에서는 이국적인 신선함이 있었고 자신을 쫓는 마녀 사냥꾼 이야기에서는 언젠가 니콜이 이 마녀 사냥꾼에게 잡히는 최후가 맞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강태주의 이야기에서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도록 가슴이 아팠다. 니콜, 강태주 이 두 주인공의 공통점은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엄마라는 것이다. 이 아픈 상처로 둘만의 유대가 이어진다. 니콜은 8살 딸아이를 자신이 보는 앞에서 집에 불이 나서 타 죽었고 강태주는 태어난지 사흘 만에 산부인과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충격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며 그 당사자를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여자로서 아니 엄마로서 그녀들의 상체에 같이 아파하며 책을 읽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전개가 매력적이었다. 마무리에서 모든 내막을 알게 되면서 중간중간 작가가 흘려놓았던 조약돌 같은 단서가 생각나면서 글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이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한 걸음 내 딛는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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