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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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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홍대입구를 지날 때였다. 다행히 의자에 앉아 가게 됐음에도 몰아치는 사람들, 흔들리는 열차감, 바깥과 상이한 온도에 답답하고 언짡은 기분이 몰려왔다. 이동을 위해 이렇게 실려가야 하는구나, 왜 이래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들어가는 식물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 때 읽고 있던 책이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선물 상자>라는 식물의 이동기를 다룬 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식물의 나폴거리는 이동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꾸벅꾸벅 조는 게 차를 타면 내가 하는 일이 전부였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우연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아마추어 박물학자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우연히 밀폐된 유리 상자에서 식물이 죽지 않고 살아내는 것을 발견한다. 4년간의 실험 끝에 식물 운반용 유리 상자, 즉 '워디언 케이스'를 만들었고, 이는 곧 식물생태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본토를 떠난 많은 식물들이 타국에서 자리를 잡거나 혹은 가는 길에 생명력을 잃으며 무수히 지구를 횡단했다. 한 사람의 우연한 발견은 식물의 세계를 넓혀주면서 동시에 특수한 접촉 상황을 만들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전가하며 인간의 식물학을 발전시켰다.

꽃집을 지나며 흔하게 보던 꽃들이 실은 해외 태생이라는 걸 알 때마다 생경한 기분이 든다. 이 꽃은, 이 나무는 이 곳에 오기까지 어떤 길을 지나왔을까. 모든 식물은 역사가 있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어떤 시간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어떤 순간에는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그런 역사가 말이다.

워디언 케이스라는 유리나무 케이스가 세상을 횡단하며 식물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인간을 위해서, 식물을 위해서를 떠나 그 순간 식물은 자신의 역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연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벅찬 마음을 갖고 읽게 되는 책이었다.

한 생태의 역사를 이렇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학자들과 사람들의 손과 발, 입과 기록을 통해 이어지는 여정을 따라가는 즐거운 발걸음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추신하자면 책이 다소 두껍게 느껴질지라도 읽기 시작하면 금세 다음의 여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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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살인자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세오 지음 / 고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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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밝혀둬야겠다. 남세오 작가가 브릿G에 처음으로 연재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 소설이 몇 년 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한 작가의 시작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세진은 자각몽을 꾼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꿈에서 생생히 볼 수 있고, 마치 현실과 헷갈릴 정도로 그것은 생생하다. 서희는 가족들을 화재로 잃은 원인과 자신의 스토킹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자각몽에 대해 조사하다가 우연히 세진과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우연이란 게 모두 사실일까?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빠르게 전개되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았다.

나는 자각몽을 꾼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각몽을 꾸는 세진의 상황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고, 세진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서희와 그들을 지켜보는 조형사와 김형사, 그리고 친구인 민태마저 의심스럽게 여겨졌다.

의식 상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팀과 무의식 상에서 진실을 쫓는 팀의 결투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의 장점은 단순하다. 간결하고 재미있다. 장르문학으로써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꿈이 무엇인지 과학적 견해를 들이대며 파헤치지도 않는다. 그저 꿈(무의식)을 꾸고, 그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패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최근에 마음이 좀 무거운 글이나 두꺼운 책을 보며 피곤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남세오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런 부담감과 짐이 쓸려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첫 연재작이라 허술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했지만 나에겐 충분했다.

마음과 머리의 부담을 내려놓고 그저 즐겁게 이야기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고블씬북 시리즈 (들녘)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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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들녘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위해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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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 조금 특별한 두 소녀의 졸업파티 참석 프로젝트
손드라 미첼 외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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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에지워터에 사는 10대 소녀 에마는 한창 첫사랑 연애 중이다. 에마의 애인은 아름다운 외모에 모범적인 성품과 우수한 성적에 학생회장이라는 신분까지 부족할 거 없는 완벽한 여자 아이다. 한창 두근거리는 일상만 가득할 것 같은 에마에게 걸림돌이 있다면 단 하나. 바로 이 인디애나 에지워터라는 지역 그 자체이다.

에마의 꿈은 오직 프롬(졸업파티)에 여자친구인 얼리사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조명 아래에 오직 너와 나뿐인 것처럼 서로의 호흡과 감촉을 느끼며 춤을 추는 것.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에마의 프롬 출입을 막기 위해 학부모위원회에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성간의 출입'만 가능하다는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규정을!

부모님께 커밍아웃 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에마는 할머니와 살고 있고, 얼리사는 어머니의 유일한 완벽한 희망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몸에 밴 아이로 커밍아웃은 꿈으로만 꾸고 있는 아이다. 에마의 소식을 알게 된 브로드웨이 배우인 디디와 배리가 시위대를 끌고 찾아오며 인디애나 에지워터는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고, 이에 전면으로 부딪히는 얼리사의 어머니인 그린 부인 때문에 에마와 얼리사의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다.

과연 두 아이는 단 한 번의 꿈, 졸업파티에서 데이트 상태와 춤을 추기 위한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뮤지컬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영화 못지않게 책 역시 술술 읽힌다. 성인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을 정도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면도 있다.

처음엔 에마에 감정이입이 더 강하게 된 건지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얼리사에게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어머니 옆에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얼리사의 모습에 마음이 몇 번이고 할퀴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얼리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 후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얼리사는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아이였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은 그에 대해 전면으로 반기를 드는 일이 될 게 뻔했다. 그 내면 깊이 박힌 두려움과 상처를 감히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고 서운함을 느낀 것이 얼리사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읽으면서는 너무 설기게 이야기가 구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휘말린 것에 비해 너무나 완벽한 해피엔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힘을 가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될 것이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 밖에는 더 많은 차별과 불안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졸업파티에서만은 꽉 닫힌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서평단 활동으로 문학수첩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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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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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가을이 다 되어가는데 불쑥 불청객이 찾아왔다. 어디서 날아들어온 건지 위잉 위잉 아주 정신이 사납게 굴더니 결국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의 팔을 잔뜩 물어뜯고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아잇, 이놈의 모기! 엄마의 짜증서린 외침에 파리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내 다리 옆에는 하필 딱 이 책이 있었다.

잠든 엄마를 등 뒤에 두고 스탠드 조명을 켜둔 채 읽기 시작한 책은 순식간에 밤을 새워 새벽까지 다 읽어버렸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으로 "허, 모기 네까짓 게 어디 뭐가 잘났다고?" 라는 마음을 먹고 책을 펼치게 만든 다음 '생물 다양성' 팬클럽에 가입하게 만드는 그런 책.

사람들은 흔히 모기는 없어져도 되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일까? 모기과의 좀모기가 없으면 현대인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식품의 원재료인 '카카오'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꽃의 입구가 좁아 오직 좀모기만이 수분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생태계 최하위에 위치한 모기를 충분한 먹이로 섭취하지 못하면 다양한 벌레와 조류종은 살아가는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간계에까지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자. 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인간은 최하위에 있는 모기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다양한 연맹과 환경운동가들은 지금도 열심히 생물 다양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환경을 파괴하는 속도와 비율에 비례하면 아주 미비할 뿐이다.

산호초는 지구 전체 바다의 0.1%에 불과한 좁은 지역에서 해양 생물의 4분의 1에게 집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백화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인간종에 따른 멸종과 위협을 겪고 있는 수많은 생물종의 예시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인간 외의 생물에게만 영향을 끼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인간의 멸종위협은 마찬가지로 포유류인 인간 역시 포함한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집을 잃은 피해민만 2017년에 1800만명에 달했고, 기후위기가 계속되는 한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폭우로 인한 수재민이 대량 발생하였는데 거리가 포장되지 않고 적당한 토지와 나무가 거리에 심겨져 있었다면 땅과 나무의 뿌리는 최선을 다해 빗물을 받아들여 하수도의 물이 넘치는 최악의 상태를 막아줬을지 모른다.

물론, 이 책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성'을 내세운다. 인간은 다양한 생물종에게서 도움을 얻는다. 연잎을 통해 방수의 방법을 알아내고, 펭귄을 모티브로 갈고리를 만드는 등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어떤 생물종에게서는 진통제를, 에이즈와 암의 치료제를, 비-노화의 원인을, 불필요한 미세조직을 걸러내는 기술 등을 배우고 연구한다. 인간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양한 생물종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그 모든 무궁한 자연의 지혜를 잃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훼손한 생물 다양성을 인간이 다시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우리는 그만한 짐을 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엄마와 친구와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부자 나라의 편의를 위해 고통받는 가난한 나라에 대해, 세계적 이슈인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와 그 책임에 대해, 소수의 자연유지 국가 (열대 우림 등을 포함한 국가)에 세계인으로서 갖게 되는 시각 등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권의 좋은 책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 책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가 그런 책이라고 감히 말한다. 책을 완독한 후 바로 지인들에게 모두 추천했을 정도로 모두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깊이 있는 접근은 어려운 초심자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정확한 예시를 통해 최신 정보로 접하고 싶은 비초심자에게도 모두 추천한다. 더불어 독일인인 저자들이 곳곳에서 언급하는 독일의 현황이 참 부러웠던 한국인으로서 DMZ를 품고 있는 현 한국의 상황에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게 만들어주었다.

치열하고 아름답게 지구를 살리는 생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대자로서의 인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인간이 마지막으로 멸종시키는 최후의 포유류가 인간이 아니길 바란다. 인간이 사라지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라는 포유류이기에, 우리의 삶 역시 포기하지 말고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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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이립 옮김, 너새니얼 호손 원작, Crystal S. Cha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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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은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과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더해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특히나 어릴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는 시리즈가 출간됐다. 바로 한빛비즈 출판사의 문학툰 시리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고전문학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많이 축약한 형태의 소설 시리즈가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시리즈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주홍글자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주홍글자는 흔히 낙인으로, 죄를 지은 사람을 시각적으로 낙인을 찍음으로써 차별하고 배척하는 수단이다. 주홍글자를 새긴 프린을 온갖 사람들은 모두 욕하고 치를 떨지만 실은 가슴에 드러나는 낙인을 찍지 않았을 뿐 그들 역시 죄를 짓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타인을 차별하고 공격하는 것 역시도 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프린은 펄을 낳음으로써 죄를 숨길 수 없고, 펄은 프린의 주홍글자 그 자체로 존재한다. 중간에 프린이 남자와 함께 주홍글자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먹을 때 펄이 분노하는 이유를 바로 여기서 볼 수 있다. 주홍글자를 버리는 것은 곧 펄을 버리는 것, 즉, 자신의 죄를 숨기고 선량한 한 시민인 척 살아가는 수많은 거짓된 진실들과 같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행동에 따라 펄이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모두의 멸시와 질타를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면, 과연 그 마을을 떠나지 않고 온전한 선행을 베풀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프린은 자신의 죄를 받아들이고, 그 죄의 상징은 펄(주홍글자)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의 죄가 더 이상 이어지기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자신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자를 본인이 직접 수를 놓아 새겼다는 것부터가 매우 상징적으로 여겨졌다.

프린에게 주홍글자를 새기게 만든 사내의 삶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프린의 모습을 통해 죄란 무엇인지, 죄를 벌하는 것과 벌하는 사람들, 낙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아직 주홍글자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문학툰을 읽음으로써 너새니얼 호손의 원작이 더욱 궁금해졌다. 고전문학을 접하기 어려워하는 어린 독자들, 그리고 원작을 읽기 전에 내용을 갈무리하고 싶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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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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