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로드, 한국을 담다 - 한국의 자연과 사람을 담아낸 청아한 계절의 기록 아트로드 시리즈 2
김물길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에 그려진 신비로운 이미지의 여자. 대지의 신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가르마 겹겹에 품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책을 읽다보니 여인의 모습이 나왔는데 그림의 제목은 "보성 녹차 헤어" 정말이지, 어쩜 보성 녹차밭을 보고 이렇게 기발하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작가가 이전에 세계일주 이야기를 담은 "아트로드"라는 책을 냈었고, 세계일주를 하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긴 듯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의 모습을 잘 둘러보고 싶으셨다고도. 그래서 기획하고 떠나게 된 것이 아트로드, 한국판이다. 나도 세계여행보다는 국내여행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라서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큰 갈래로는 "한국의 여름" 편과 "한국의 겨울" 편으로 나뉜다. 한 번 간 곳은 다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방문하거나 다른 계절에 방문하면서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전혀 몰랐던 새로운 곳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곳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따뜻한 정감 같은 것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읽다보면 실제로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의 마음, 작가를 대한 현지인들의 마음, 그리고 그를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들이 부드러운 감각을 깨워주는 듯하다.


바다와 섬, 갈대 등 자연물을 인물로 의인화 하여 표현하는 그림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작가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연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감히 그것이 가능할 수는 없을지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그림들을 보면서 작가가 자연물을 대할 때 느끼는 경이감을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것이 마치 인간으로서 우리의 입장에서 다양한 감각들로 이해하고 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은 묶는 할머니들과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들, 고추를 말리고 있는 부부와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어린이들 등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림에 등장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방언을 쓰는 사람들이지만 한결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다정한 미소와 소박하지만 정겨운 에너지다. 혼자 떠난 작가에게 많은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고, 궁금증을 느끼고, 함께 즐기기를 권유한다.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선망은 있지만 막상 떠나고자 하면 쉽지 않고 망설이게 되는 나에게 이런 친근한 배려들은 어떤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작가가 나와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보이긴 한다. 낯선 분들에게도 말도 잘 걸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반면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또 다른 걱정과 고민도 남았다. 하하.


처음에 이 책을 콕! 찍은 이유로는 사실 그림의 덕이 컸지만 책을 처음에 펼치고서 엇! 하고 놀란 부분은 작가의 글솜씨도 재미가 꽤 쏠쏠했기 때문이다. 겪은 것들이나 본인을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풍경의 감각을 솔직하게 담았다. 그래서 재미있다. 내가 함께 겪고 있는 것처럼 상상해보게 되고 그림까지 더해지니 나만의 상상력도 몽실몽실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작가를 대한 현지인들도 좋았지만 현지인들을 존중하면서도 다정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도 좋았다.


선암사에 방문한 부분에서는 나도 꼭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 '템플스테이'다. 사실 이번 여름에 한 번 해보려고 했다가 어쩌다 보니 어영부영 못 하게 되어서 올 해가 가기 전에는 한 번 꼭! 가보고 싶다. 지리산 종주와 요트 항해도 진짜 좋았다. 작가가 일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바다에 떠있는 어떤 물체에 타본 적이 없고, 며칠이고 고생고생하며 고산에 올라본 적도 없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언젠가는 해보겠지? 해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품고 있는 그저그런 도시인인데, 작가의 도전을 보면서 혼자 속에서만 품고 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리산종주는 일단 체력부터 길러야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고, 요트는, 글쎄, 역시 언젠가는......흠흠.


좋은 그림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표지에 들어가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역시 보성 녹차 헤어가 표지와 딱!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그림에 비해서 삽입된 사진들은 별로 흥미롭지 못했다. 오히려 그림으로 표현된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사진은 평범한 풍경 정도여서 실제로 어떤 길을 걸으셨을까 짐작하게 하는 정도였다.


내가 평소에 꽃을 좋아하고, 꽃무늬도 좋아하는데 실린 꽃 그림들이 하나같이 다 예뻐서 몇 번 들여다봤다. 참나리 꽃도 산수유도 예쁘고 기발하다. 중간에 성게와 눈이 마주치는 그림이 있는데 그 때는 좀 흠칫! 했다. 갈대를 삽살개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벌써 친구한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안 그래도 여행가고 싶은 거 이 책 읽었더니 더더~ 가고 싶다. 특히 독도 갔던 얘기는 가는 길이 험난했던 것에 비하면 짧아서 아쉽지만 내가 직접 가서 느껴보고 싶다.






-RHK 출판사에 서평단으로 응모하여 제공받았습니다.

좋은 책 읽을 기회 주신 출판사에 감사합니다-






짠! 이렇게 예쁜 책과 함께 엽서세트도 함께 들어 있었어요~



엽서는 이렇게 다섯 종류! 아마 예뻐서 사용하진 못하고 소장만 할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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