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는 이별의 경험이 없다. 아이가 겪은 이별이라고는 한 달도 채 키우지 못한 물고기 두 마리의 죽음과 아기 때부터 한 몸처럼 지낸 애착 인형 ‘이야’를 잃어버릴 뻔했을 때, 학년이 달라지면서 친구들과 반이 달라진 것들 정도. 이 경험이 아이에게 가장 큰 이별이라면 이별일 것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한 번 이야기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죽음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 꼬마는 그저 해맑기만 하다. 물론 죽음이 슬프기만 하고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다 개암나무에서 출간한 ‘하찌와 마지막 3일’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장례문화를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유하는 일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많다. 할아버지가 유하는 많이 예뻐하셨기에 유하 역시 하찌가 제일 좋았을 것이다. 그런 하찌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아가시게 되었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다. 하찌의 장례를 치르며 너무 슬퍼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장례가 치러지는 과정과 이전에 있었던 갈등을 해결하며 부정적인 감정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잘 풀어져 있다. 상여를 멜 땐 대체로 남자가 영정사진을 들도록 되어있지만 ‘하찌와 마지막 3일’에서는 유하가 영정사진을 든다. 전통도 다 인간이 만든 형식일 뿐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하찌의 마지막을 유하가 함께 해서 더욱 빛나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상복에 노란 머리띠를 한다거나 영정사진 옆에 유하가 직접 그린 하찌의 그림을 함께 놓는 것 등 전통적인 장례문화도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함께 설명할 수 있었다. 하찌를 하늘로 보내기 전 마지막 3일은 유하에게는 아마 잊지 못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죽음과 이별을 대처하는 마음과 자세에 대해 아이와 보다 심도 있게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