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등을 맞대면
무르르 지음 / 킨더랜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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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된 혹독하게 시린 2025년의 겨울, 그림책 《너와 등을 맞대면》은 꽝꽝 얼어붙어 있던 제 마음을 조용히 녹여준 책이었습니다.

벽에서 등을 떼고 걸을 수 없는 한 소년이 등장하고, 광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등을 기댈 벽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소년의 모습은 관계 속에서 멈춰 선 제 마음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소년은 매일 밤 내일이면 꼭 벽에서 등을 떼고 걷겠다고 다짐하지만 두려움은 늘 소년을 붙잡고, 결국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지쳐갑니다. 그런 소년에게 어느 날 손을 내미는 한 소녀가 나타나고, 혼자 걷는 대신 등을 맞대고 함께 걷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소년은 과연 다시 걸을 수 있을까요.

소년이 홀로 견뎌온 시간의 색과 소녀와 함께한 시간의 색은 분명 다르게 느껴졌고, 특히 소년의 외롭고 긴 시간을 달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은 읽는 내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지금 관계의 긴 터널 속에서 혼자 멈추기도 하고 다시 걷기도 하며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저에게도 이 책은 큰 위로가 되었는데,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다시 믿어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 마음이 시린 분들께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온기를 건네는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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