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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사 오겠다고 말했다.”
내가 문학 작품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 중 하나는 첫 문장이다.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도 영문학 사상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실 첫 문장으로 유명한 작품인줄은 특별히 알지 못하고 들추어 봤지만, 감이 왔다. 댈러웨이 부인 100주년을 기념해 각종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쏟아내고 있는 지금, 첫 문장 번역을 가장 자연스러우면서 임팩트 있게 번역한 판을 골라내고 싶었다. 그렇게 미리보기를 들추어가며 골라낸 책이 바로 이 을유문화사판 댈러웨이 부인이다.
특히나 의식의 흐름이나, 모더니즘 서술 기법으로 읽기가 난해하다는 소문을 접했던 터라 기왕이면 번역이 내게 잘 맞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고심해서 고른 덕분인지, 과연 읽는 내내 문장이 거슬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준비하며 외출하는 동안의 경쾌함, 발랄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냥 의식이 흐른다면 사실 몽환적인 문체도 즐겨 읽는 나로서는 익숙한 영역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댈러웨이 부인이 어렵게 느껴진 이유라면 따옴표도 없이 생각과 말, 행동이 빡빡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댈러웨이와 셉티머스의 시점이 예고도 없이 마구 오고간다는 점이다.
1923년의 어느 날, 정치가의 아내로서 파티를 준비하는 댈러웨이와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ptsd를 앓고 있는 셉티머스의 시점이 교차하는 것은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두 사람은 연결되어 있는걸까? 그런 의문을 중심에 두고 읽어나갔더니 혼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장의 파도 속에서 끝을 볼 각오를 세워볼 수 있었다.
기법이나 사조에 의미를 두고 울프를 도식적으로 공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 소설의 진가는 작품 전체를 경험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프가 이 소설을 쓰면서 남겼다는 말도 비슷한 취지다. 기법 보다는 작품이 전체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남기는 효과에 주목해보라는 것. 100주년에 때맞춰 나온 좋은 번역본으로 댈러웨이 부인을 읽어보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