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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평점 :
요즘 한국문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향은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빈부, 소수자, 여성, 인간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서 보는 내내 답답함을 유발하는, 그러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보면서 공감과 감정적인 롤러코스터를 겪는 것도 의미 있지만 조금 다른 시선, 다른 메시지는 없을까 아쉬움이 있었다.
김혜진 작가의 이번 신작은 단편집이지만 현대인들의 고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집'을 매개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흔히 '집주인'이라고 하면 수채의 건물을 가지고 폭리를 취하는 여유있는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 속 집주인들은 자기 자신들도 겨우 빚을 갚고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인물들일 뿐이다.
그리고 해설 속 구절처럼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해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은 언뜻 정당해보이지만 실은 잔인한 요구이기 십상이다. 각자의 사정과 입장들 때문에 모두가 '착한 사람'이기는 어려운 세상임을 구조적으로 잘 짜인 설정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모두가 서로에게 착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돌파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답은 표제작이자 책의 제목인 축복을 비는 마음에 있다. 누구에게나 잘해줄수는 없어도 각자 맡은 자리에서 다정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려는 태도가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님이 제시하는 엔딩은 제법 시도해볼만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독서를 마칠 때 쯤에는 꽤 희망적인 마음이 들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