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ㅣ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평점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주화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기록일 것이다. 누구나 4.19와 5.18, 87년으로 이뤄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교과서와 방송에서 흔하게 접하게 된다. 하지만 2011년의 우리에게는 너무 먼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의 간극 때문일 수도 있으나, 두 가지 면에서 더 접근이 어렵다. 하나는 많은 조직과 단체, 인물들의 등장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과의 적절한 관계를 찾지 못한 사회환경이다.
전자의 면에서 이 책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듯하다. 부마항쟁, 서울의 봄, 5.18광주로 이어지는 흐름은 매우 짜임새있고 자세하고 설명하고 있다. 군부의 움직임은 신뢰있고도 긴장되게 서술했고, 광주에 대한 서술은 극적인 역사 자체를 담백하게 진술함으로써 오히려 감동을 불어넣었다. 반면에 전두환정권이 등장하고 여러 조직들이 난무하는 민주화투쟁은 그 맥을 잡기가 꽤 힘들었다. 무엇보다 읽기가 지루했다. 이 책은 사진과 진술을 꽤 적절한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민주화세력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합치고 분열하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후자의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컸다. 80년대 후반부 서술에서 중요한 것이 민중진영의 분열이고 중요한 논쟁 지점 중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걸려 있었다. 그 부분이 생략된 채, 독재에 맞서는 민주화 운동에 어느 순간 방북이 등장하고 통일운동이 나오고, 심지어 마지막 장은 80년대 남북관계가 서술된다. 학생운동 논쟁 중에 민족주의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 흐름과 계기가 있었던 것인데, 책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이 전제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독재타도와 절차적, 실질적 민주화에 국한된 것처럼 느껴진다. 반공국가에 대항하는 과정에서의 북한 인식 문제가 소홀히 다뤄지는 것이 아쉽다.
이 책은 서문에서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기보다는, ‘학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몇몇 부분에서는 저 원칙이 잘 들어맞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할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약간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설명적인 각주를 달고픈 마음이 드는 데가 많았다. ‘반공규율사회’, ‘운동에 의한 민주주의’ 등 평가적인 용어들과 ‘함평고구마사건’ 등 갖가지 설명되지 않는 사건들이다. 이런 면에서 책이 약간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이 사건은 중요한 게 아니라서 생략한 것인지, 각주가 너무 지저분해서 생략한 건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사건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