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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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은 문명과 사유재산이 인간의 평등한 본성을 파괴하고 불평등과 불행을 가져왔다고 분석한 당시로서는 센세이셔널한 저작이다. 그러나 이 책은 18세기적 관점과 철학적 전제에 기반하고 있어, 오늘날의 관점에선 순진하고 단순한 분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비판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역사적·과학적 근거의 부족 (낭만적 자연 상태)

비현실적인 '고귀한 야만인' 설정: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을 이성이나 언어가 없이 홀로 평화롭게 사는, 양심(연민)을 가진 온순한 존재로 묘사한다. 이는 실제 인류학적·고고학적 증거와는 동떨어진, 근대 문명에 대한 혐오가 만들어낸 낭만적인 상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자연 상태의 허구성: 루소 스스로도 자연 상태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실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가정"이라고 인정하지만, 그 가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지적이다. 


2. 문명과 진보에 대한 지나친 부정 (반문명주의)

문명과 문화를 악(惡)의 근원으로 간주: 루소는 사유재산뿐만 아니라 학문, 예술, 기술의 발달조차 인간을 허영심과 불평등으로 이끈 타락으로 보았다. 이는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무조건적인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보수적이고 비현실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불평등의 복합적 원인 무시: 루소는 불평등의 근원을 주로 '사유재산'과 '비교하는 마음(허영심)'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현대적 관점에서는 불평등이 더 복합적인 사회 구조, 권력 관계, 제도적 요소 등에서 발생함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3. 논리적·철학적 모순

'비교'의 기원에 대한 설명 부족: 루소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문명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허영심이 생겼다고 설명하지만, 비교할 능력이 없는 존재가 어떻게 비교를 통해 타락하게 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연결이 약하다.

철학적 비일관성: 루소는 자연 상태의 '자기애(Amour de soi)'는 건강하지만 사회적 '자존심(Amour-propre)'은 타락이라고 분리합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어떻게 타락의 기반이 되는지, 혹은 자연 상태의 인간이 어떻게 문명화라는 '타락'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4. 대안의 부재와 현실 도피

해결책 제시의 한계: 이 책은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할 뿐, 어떻게 그 불평등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이후 『사회계약론』에서 다루지만, 이 책 자체로만 보면 비관론에 머무른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의 무시: 루소의 비판은 사회 시스템 자체를 '악'으로 규정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나 법적 장치 마련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방해할 수 있다. 


요약하면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일찍이 예견하고 비판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받지만, 자연 상태에 대한 낭만적인 가설과 문명 발전에 대한 지나친 혐오,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의 부재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아마도 루소의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순진한 분석에서 서양의 사회주의가 태동하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경도되는 사람들의 절반이 이 같은 낭만적이고 순진한 현실 인식에 기인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PS: 루소는 테레즈 르바쇠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5명의 자녀를 모두 고아원(기아 양육원)에 보낸 사실이 있다. 교육학의 고전 <에밀>을 저술한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을 경제적 빈곤과 자녀 양육의 부담을 핑계로 모두 고아원으로 보낸 것은 명백히 자기합리화이자 철학적 모순이다. (역시 표리부동한 인생 행적은 좌파 사상가의 공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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