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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가카 - MB의 거짓말 100과 사전
김성재.박민호 지음, 한주리 일러스트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저자가 MB정권 4년을 회고하며 지엄하신 가카의 ‘라이’ 100개를 추려 책으로 펴냈다. 100개 뿐이지만 독자의 충격은 충분히 백과사전급이다. 전체 구성은 5개의 분류로 되어있으며 사기, 우롱, 황당, 허풍, 꼼수로 분류된 각각의 주제 아래엔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는 굵직한 사건들이 팩트 그대로 실려있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소장하기 위해, 그리고 투표를 위한 확고부동한 지침서의 필요성에 의해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읽고 나서 적잖이 분개했다.
표지그림의 깔끔한 헤어스타일과 길게 늘어진 코가 아돌프 히틀러와 피노키오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 히틀러의 ‘큰 거짓말 이론’이란 게 있었음을 만나고 아연 실색한다. “대중이 차분해지도록 하지 마라. 절대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마라. 다른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절대 비난을 받아들이지 마라. 사람들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빨리 속는다. 그리고 거짓말을 충분히 자주 반복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그것을 믿게 된다...... 4년을 보내고 나니 가카의 노림수가 선명해진다.
‘사기’편에서 MB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한 가카의 발언을 소개한다. 딸과 아들을 자신이 소유한 건물관리기업의 직원으로 등재하여 8천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아가게 한 ‘횡령, 탈세 의혹’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은 듣는 이마다 느낌이 다를 테지만, “다 내 불찰이다. 꼼곰히 챙기지 못해 생긴 일이다.” 떠올려 보면 그가 꼼꼼히 챙긴 일들이 어떤 일들인지 알기에 이 말은 어감자체가 공포의 기억으로 돌아온다.
도곡동 땅에 대해선. “도곡동 땅,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광운대 강의동영상에서 증명된 BBK의혹에 대해서는 "신금융산업을 소개, 홍보하면서 약간 부풀려진 것일 뿐이다. 이 동영상을 갖고 내가 BBK를 소유했다는 증거나 되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문패 철자가 틀렸다고 주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말을 한다. 열 번을 다시 읽어봐도 그 말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패철자가 틀렸다고 주인이 바뀌었다’라는 주장? 명의는 처남이어도 자기 땅이라는 말인가? 난해하다.
‘우롱’편은 제목을 일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롱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고소영, 강부자, 낙하산, 회전문, 고환율, 고물가, 부자감세, 친서민, 반값등록금......’
‘황당’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거나 현실성이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어이없고 터무니없다’이다. 정권초기 미국산 쇠고기수입문제로 광화문에 민초들의 촛불이 일고 수어청의 명박산성이 축조되었을 때 가카는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시인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시인은 했으되 사과는 아니었는지 그 뒤로 수많은 교사,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고 기자와 PD들이 법정에 섰으며, 민간인들이 사찰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황당함은 대운하로 이어진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 사업은)하지 않겠다. 4대강 복원은 내가 하고, 4대강을 연결해서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음이나 다다음 대통령이 판단하면 된다.” 그리곤 ‘속도전’이라며 온 국토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어이없고 터무니없었다.
내곡동 땅에 대한 변명은 언급하기도 면구하고 대포폰, 쥐코 동영상 사찰, 물대포, 음향대포, 용산참사에 이르러서는 분노마저 치민다. 이 대목에서도 빛나는 어록이 있었으니,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 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바로 제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가 그것이다. 그해에 용산에서, 쌍용차의 평택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이처럼 영혼이 육체와 따로 노는, 이승과 저승이, 꿈과 현실이 어긋나는 이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함을 사람들은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말로 두루 널리 쓰게 되었다.
지곤조기라는 말이 무슨말인지 몰랐다. 독도를 자기땅이라 우기는 일본 수상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했다니 황당함은 요미우리신문보다 우리국민이 훨씬 컸다.
‘꼼수’편에서는 ‘재산 사회 환원’과 ‘전직 대통령 예우’를 언급한 내용을 다룬다.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 제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입니다.” 그리고는 그 ‘진실한 소망’을 안고 기부한 건물을 관리한다며 청계재단이라는 집단이 생기고 지인들로 이사진이 꾸려졌다. 김경준은 미국법원에 도곡동땅 주인의 재산을 7천억이라 증언했다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BBK회장님의 기부는 딱 십일조 수준이 아닐까? 가카의 진실한 소망이 내 귀엔 소망교회로 들리니 내 환청 치료차 병원엘 들려봐야겠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습니다. 노대통령이 퇴임 뒤 고향 내려가는 것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매우 의미 있는 일,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겠습니다.” 그래도 명진스님은 가카가 고맙다고 하신다. 착한 사람들을 불러내 주었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셨으므로. 독자로서 유체이탈화법의 빠짐없는 기록과 진실의 소중함을 동시에 일깨워준 저자에게 눈물과 분노가 섞인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가카가 고맙다.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어 주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