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만으로 살아보기 -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본다. 소비주의에 만연된 미국인들의 고단한 삶, 소비주의의 그 멈춤없는 기세에 반발한 한 평범한 가장의 독자적인 반격, 그 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사회의 관심과 반향, 이런 단면들을 독자 옆에 앉혀놓고 재밌는 무용담 들려주듯 잘근잘근 풀어내는 이야기가 표지사진처럼 재밌다. 쓰레기통에 들어앉아 망원경을 본다. 쓸 모 없는 것들은 정리해서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위해 시선을 바꾸라는 뜻의 메시지가 보인다.

 

  미국사회의 소비주의를 고발한 이 개척자의 재밌는 도전이 동시대를 사는 이국의 독자들을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세계는 닮아있고 경제는 단일화되어 있으며 물욕으로 인해 인간이 소외되어 온 것은 만국공용어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가 창고를 쳐다보며 서서 느끼는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이 시각적으로 얼른 가슴에 와 앉았다. 그리고 똑같이 읊조린다. ‘물건들을 쟁여 놓아서 주변이 지저분해진 것보다 바로 물건 그 자체가 문제구나. 이 물건들이 내 관심을 독차지해서 정작 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훼방 놓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루지 못한 꿈과 미완성의 과거를 채우기 위해 욕심껏 사제낀 물건들의 틈에 끼어 삶의 주의력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도망갈 곳 없고 숨을 곳 없는 상황에 반전을 꾀하자. 물건과 물욕에 빼앗겼던 자신의 주의력을 나의 진정한 바램과 존재 자체의 의미에 집중해 보자. 우선 세어보자. 내 삶에 꼭 필요한 것이 몇 가지나 될까?

 

  저자는 ‘100가지로 살아보기’를 실험하면서 주단위로 체크해 보고 월단위로 통계내고 반년만에 삶의 태도를 바꾼 다음 목표를 달성하고는 여유롭게 독자를 유혹한다. 도전을 끝냈을 때 전과 후의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저자의 실험노트는 자체로 흥미롭다. 한 번의 야영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캠핑장비를 버려야 진정으로 자연의 일부로 살 수 있음을 깨우친다.

 

  저자는 물건에 매몰되어 바로 보고 즐겼어야 할 상황을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과거에 흘려보내고 사는 건 아닌지 묻는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매몰되어 사랑스러운 자녀의 첫 걸음마와 학예회, 졸업식을 사진크기 만큼만 기억 못하고 있을 많은 부모들에게 따지듯 묻고 있는 것 같다. 정작 그 순간을 보셨는가? 진정 즐기셨는가? 단지 그 수난의 현장을 함께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면 그대는 바로 100개만 남기고 다 버리셔야 한다. 아시겠는가?

 

  제일 없애기 힘들었던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하면서 저자는 고백한다. 정말로 버리기 힘들었던 많은 물건들 중에 으뜸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한 다른 누군가가 되고자 했던 내 바람을 포기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그의 이 도전은 소비주의가 채워버린 자신 내부에 감정적・영적인 공간을 좀 더 확보하고자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며 그러기 위해 주변의 물리적 공간을 청소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스스로를 깨우치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준 이 도전앞에서 누구나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쯤은 각오를 해야 할 듯하다. ‘자신의 물건을 없애는 과정에서 과도한 소비 행각뿐 아니라 빈곤한 영혼, 고무적이지 못한 면까지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에’.

 

  이 도전은 미국식 소비주의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물건에 치여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했던 한 개인의 자구책이자 일종의 탈옥 계획이었으며 삶의 지향점을 물건에서 영혼으로 재조정한 멋지고 성공적인 실천이었다. 이제 그 고민을 우리들이 이어받을 차례다. ‘자, 내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몇 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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