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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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비만이었던 사람이 눈에 뛸 정도로 몸무게가 줄면 공포심을 느낀다고 한다. 마치 혐오했던 지방들이 방어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큰 혼란의 소용돌이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 기분과 나약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더욱 비만해지고 있다. 부영양화된 과잉행복의 시대를 고발하는 책 정도로 알고 펼쳤다면 다소 따라잡기 힘들지 않겠나 싶다. 학술논문수준의 저술이며 사례에 입각한 실증적인 논리전개가 이채롭다. 주장과 인물, 사례의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도를 높여 단숨에 읽지 않는다면 맥이 끊겨 난감할 수도 있겠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거나 뭐하는 짓인지 허망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해석이 난해하고 주제가 철학적이다. 반면,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과잉현대사회를 고발한다.


적당히 만족하지 못하고 중단하지도 못하는 아름다움과 소유욕, 문화권력에 대한 집착을 신랄하게 분석하고 비판한다. 원제는 ‘블러버랜드’다. 블러버는 고래기름을 이르는 말이다. 블러버는 한때 ‘물질적 풍요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이다. 블러버는 그 자체로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블러버랜드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부영양화된 행복, 현대인들의 과잉풍족한 문화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호주 시드니의 저자가 현대인의 모습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현상을 건축과 연결하여 또는 나름의 인문학적 식견을 통해 설명해 내고 있다.


욕구를 충족해도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허황된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에 빠진 십대처럼 더 애타게 원하도록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이 ‘낙원 증후군’은 중년기에 강한 소유욕으로 나타난다. 돈을 들여 애타게 원하던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짧은 순간에 치솟는 불멸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허황된 욕망이 그것이라 한다.


우리에게 내재된 직관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움이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덕이라고 여긴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사람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은 더욱 오싹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미(美)가 선(善)을 상징한다는 사람들의 기대를 모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는 덕과 연결되고 사람들의 선입견속에 욕망을 지배한다. 현대인들은 마른 것을 숭배하지만 급속도로 살이 찌고 있다. 필사적으로 마른 몸을 열망하면 할수록 ‘열망의 대상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멀리 달아나고 우리의 몸과 문화, 삶은 점점 더 살이 찌고 있다’


민주주의는 욕망으로 움직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언제나 욕망이 의지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가 우리가 원하는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는 사고방식을 조장하기 때문에 한 편으로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이 현대인들의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 저자가 경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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