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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배신 - 그들은 어떻게 내 주머니를 털어갔나
백성진.김진욱 지음 / 맛있는책 / 2012년 12월
평점 :
대선이 복고풍 전국노래자랑으로 막을 내리고 오디션 프로에 다시 나선 도전자를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다시 본다. 자본과 금융,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러나 바뀔 줄 알았던 세상에 대한 시원통쾌한 내던짐이 매력인 이 책이 아무 것도 내던지지 못한 채 이제 다시 험난한 여정을 떠냐야 하는 길목에 서있는 이 느낌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밝힌 배신의 주역들, 배신의 금융이 앞으로 한동안은, 최소 5년 동안은 지금처럼 똑같이 탐욕의 시계바늘을 돌릴 터이니 참 속이 답답하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의도는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 사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분석해보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금융이 보여준 행태와 이후 현재까지 굵직하게 소비자를 속여왔던 탐욕의 현실을 시민운동의 열정을 담아 나열하고 있다. 굳이 금융에 속아 비정상으로 돌아다닌 독자의 뇌를 정상뇌로 돌려놓기 위해 부러 세뇌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떳떳하게 밝힌다. 저자는 1부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2부에서는 금융사들의 탐욕에 대해, 3부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4부에서는 이 시대의 금융소비자로 살아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다루었다.
정신차리라 윽박지르기도 한다. 아까워하라, 분노하라고 등떠밀기도 한다. 문체는 그래서 시원시원하다. 품위나 격이 신경쓰이는 독자라면 다소 거부감이 들까 염려될 정도로 초면부터 저자의 표현은 심하게 직설적이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그 직설이 결코 심하지 않은 표현이었음을 느낀다. 책장을 덮는 순간 그 직설은 욕설로 바뀐다. 외환위기때 모아준 금덩어리를 싸게 내다팔고 다시 수입해 제 뱃속을 채운 종합상사가 누구인지, 전국민을 카드빚의 희생자로 몰아놓고 최고의 자살대국으로 만든 카드사는 누구인지, 적자가 되도록 설계된 채울 수 없는 운영수입보전금을 세금으로 채워먹는 민자사업자가 누구인지, 낱낱이 파헤쳐지는 탐욕의 금융, 그 실태를 똑똑히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금융소비자위원회’의 창립을 선언한다. 금융이 우리 삶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어 왔는지 사례의 내막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눈 크게 부릅뜨고 더 이상 속지말자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저자의 ‘당신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그냥 두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혼자만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