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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천사의 빵
타이라 미즈키.우사미 후사코 지음, 이정훈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12월
평점 :
7년째 경륜장 마스코트 걸을 하고 있던 우사미 후사코에게 소리없이 다가온 남자가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연하의 경륜선수 타이라 미즈키. 실연의 아픔으로 풀이 죽어 있을 그녀를 위로한다며 그가 치즈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왔다. “힘내세요. 다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랄게요.” 케이크를 한 입 먹는 순간, 그녀는 ‘행복한 맛이란 이런 거구나’하며 감동했고 그 감동을 통해 두 사람은 하나의 운명이 되었다. 감동은 둘 앞에 놓인 운명의 장난을 헤쳐 나갈 힘이 되었고 그 힘은 둘을 치유하고도 남아 행복을 실어 나르는 '천사의 빵'이 되었다.
‘구토가 날 때까지 하지 않으면 연습을 한 것 같지 않아!’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경륜선수 미즈키. 2005년 8월, 신혼의 달콤함이 가시기도 전에 경기중의 사고로 '중심성 경수 손상'을 당한다. 평생 누워 있을 뻔했던 그 병상에서 운명을 바꾼 사고를 ‘미...안’해 하는 순간, 그녀는 내부에서 불끈 솟아올라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어떤 힘을 느낀다.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낫게 해줄게. 꼭!” 그녀는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남편을 살려주세요!’
긴 병에 장사 없다던가? 병간호와 생계걱정, 병상의 남편이 부리는 짜증에 지쳐가던 어느 날, 어느 박람회 진행자 일을 위해 며칠 자리를 비운 그녀의 핸드폰에 사진 한 장이 날아온다. 색연필 하나 쥐지 못했던 남편이 수 백 번 떨어뜨렸다가 다시 쥐었을 노력으로 그려 보낸 그 박람회의 마스코트 둘이 사이좋게 웃고 있는 그림!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다.
'천사의 빵'은 이미 행복한 빵을 만들어 한 여인을 감동시켰던 경륜선수가 다시 그 여인의 도움으로 재활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가 그 여인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빵이다. '절망이 가득했지만'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이 불빛이 되어 작지만 소중한 그 힘으로 경륜선수는 빵을 굽는다. 빵을 만들 때는 그 빵을 먹을 사람만 생각한다. 손님의 예약 주문에 맞춰 순서대로 빵을 굽는다. 하지만 3시간에 단 하나, 하루 종일 열심히 구워도 네다섯 개. 이렇게 밀린 주문이 9년치다. 수년을 기다리다 문득 아내의 정성스런 편지와 함께 배달되는 남편의 빵은 분명 받는 이들이게 '하늘이 내려준 천사의 빵'이 틀림없다.
책을 덮고 생각해 보니 천사의 빵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헷갈린다. 빚는 건 남편이지만 그를 일으킨 건 아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랑과 천사의 빵이 절망하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행복을 나른다. 그녀가 찾아낸 남편의 손은 혹시 천사의 손이 아닐까? 아니면 그녀 스스로가 천사? '남편의 손이 빵처럼 부드러워서 만지고 있으면 잠이 올 때가 있다. 그가 지나가면 빵과 케이크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타이라 미즈키는 2009년에 '사회에 감동을 준 무명의 좋은 시민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아사히TV는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꼭 먹고 싶은 음식 1위로 '천사의 빵'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