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바움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서평을 쓰기가 굉장히 난해한 책이다. 아니, 난해하다기 보다는 ‘난처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해를 했어야, 가슴이 울렸어야 책에 대한 느낌을 소개하고 족적을 남길 터인데 스스로에 던지는 질문에 답이 쉬이 나오질 않는다.

 

  읽는 일이 오랜만에 아주 힘들었다. 번역은 직역에 충실하였으나 매끄럽지 않고 작가의 사고체계도 난해하기 그지없다. 절망과 희망, 비판과 긍정, 절망과 극복이 공존하며 세상 바닥에 드러누운 인간사의 더럽고 추한 면면을 가감없이 묘사한다.

 

  미국, 젊은 단편작가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감수성의 차이를 새롭게 경험했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자살, 섹스, 유괴, 마약 등에 대한 저자의 무감각한 두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단편들에서 공감을 찾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다.

 

  섬뜩하고 낯선 표현이 곳곳에 있다. 아예 처음부터 책 뒤에 있는 역자의 설명문을 읽고 시작했더라면 더 쉬운 일독이 되었을 것을, 다 읽고 나서 후회했다. 역자의 간결한 작품해설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많다.

 

  여름이 시작되던 날, 어머니의 생일이기도 한 그날 아버지가 지하실에서 목을 매었다는 말을 덤덤하게 한다. 소년소녀들이 팔다리를 잃고 목숨을 잃고, 그보다 훨씬 더 나쁜 경우엔 시간을 잃어버린 필그림타운의 공장도시를 아무렇지 않게 묘사한다. 동생의 머리를 향해 엄머가 접시를 던졌는데, 접시에 맞고 날아간 것은 ‘동생의 머리가 아니라 싱크대 옆에 서 있던 행운의 성모마리아 상의 머리’였다. 자전거를 뺏어가 사정없이 나무에 돌진하여 고철로 만든 친구에게 이 악다구니는 또 무엇인가? “에릭 피터스, 이 멍청한 놈, 너는 오늘 철천지원수를 하나 만든 거야. 나는 그를 마늘이 가득 든 마대자루에 넣어 꿰매어 들개들이 우글거리는 성문 밖으로 내던지는 광경, 그의 목을 베어 높다란 황금색 창위에 효수하는 광경을 상상했다.”

 

  어쩌면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마지막 단편 ‘우주비행사’에서 제시한 대로 부조리한 상황과 폭력적인 질서, 인간의 욕망과 사악함,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격정과 무기력함에 대해 굉장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그의 관조가 아주 낯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