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두대간을 종주한 저자가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생각꺼리를 제공한 문학작품을 엮어 구간별로 편집한 문학대간꾼의 체험의 기록이다. 각 장의 생각꺼리는 산과 어우러져 철학의 깊이를 더해주고 아이들과 가족들이 포함된 산꾼들의 산행기에서는 산과 인간이 뒤엉킨 한 폭의 동양화가 그려진다. 깨달음의 산행기에 문학작품 하나 감초처럼 등장하여 글이 곧 시가 되고 그 시가 또다시 산행기에 녹아든다. 그 경계를 감침질한 저자의 맛깔스런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하루빨리 백두대간을 내달리라 종용한다. 장구를 챙기고 어서 나서야 할 것만 같다.

 

  산에서 만난 선사가 삶을 고스톱 같은 것이라 할 때, 통속적인 정의에 멋쩍어하다가도 이내 그 깊이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삶은 그런 것이리라. “언제라도 자신이 불리하면 던지고 물러날 수 있는 카드놀이가 아니라, 받은 패를 쥐고 어떻게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 고스톱 같은 것.

 

  산에 올라봐야 온전히 자신을 대면할 수 있다는 강한 말도 저자가 던지는 한마디 말을 듣고 나면 그 외로움의 시간이 고행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각자의 산을 넘어 온 일행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외친다.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앙증맞은 구간지도와 구체적인 설명을 보고있노라면 태백산맥 온갖 재와 등성이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오르막길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저자가 택한 방법을 들어보면 실제 산행에서 만날 법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어 공감이 간다. 자주 목표점을 확인하다 보면 조바심이 나고 그렇다고 아예 목표점이 어디인지를 모르고 가게 되면 맥 빠지고 지루하니 분명히 알고 가되 낙담하거나 호들갑 떨지 말고 묵묵히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산행에서의 좋은 비법을 간간히 뿌려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목이 마르기 전에 마셔야 한다. 배고 고프고 목이 마른 순간부터는 이미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기 때문이다.” 산행 1시간당 필요한 물의 양과 고도 100미터 오를 때 떨어지는 체감온도는 어떻다는 이야기들이, 급하게 먹어치운 인스턴트식처럼 위에 남아 질질거리는 것이 아니라 잘 소화되도록 푹 삶아진 시금치처럼 고소하고 부드럽다. “내 삶은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괜찮다. 우리는 그렇게 꽃필 수 있다.”

 

  “가보지 않은 산과 겪어보지 못한 삶은 절대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대간꾼이 되었다고 잠시 자만했던 저자가 동네 뒷산을 올랐다가 불의의 낭패를 당하고서 깨우친 말이다. 문학과 산을 제대로 엮은 책이다. “산에서는 굳이 말로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할 필요가 없다. 앞장서 달리다가 잠시 돌아보는 몸짓에, 마주치는 눈길에, 빙그레 웃음에 그 모든 말이 스며 있으니.” 이 말이 오래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