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7일 저녁 7시 40분, 정독도서관 3층 시청각실은 중고생부터 머릿결 희끗희끗한 성인까지 발디딜 틈없는 인파로 꽉 찼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문학동네에서 공동으로 준비한 김용택님의 ‘어머니’ 강연회를 보기 위해 모인 인파다. 중간쯤 자리잡고 앉은 나와 아내는 단상에 수수하고 털털한 김용택 선생님이 올라오시자마자 이내 그의 마법에 빠져들고 말았다. 섬진강 시인, 교사, 시골을 사랑하면서 특이하게 두 아이를 미국유학 보내고 여전히 아내와는 신혼처럼 사랑하는, 그를 사람되게 키우신 그 어머니의 아들, 김용택님이 내뿜는 마법에는 사람의 향기가 났다. 그리고 그는 그 매력이, 그의 시상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에서 비롯되었음을 토로한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치니 한 시간 넘게 들었던 그 강연내용이 고스란히 책안에 들어와 있었다. 봉제공장에 징용까지 가서도 일처리가 야무져 ‘양글이’로 통했던 어머니, 그녀가 아꼈다 아꼈다 하는 말은 시인의 가슴으로 날아가 곧바로 시가 되었고, 그녀의 뚝심은 시인을 언제나 자연을 사랑하고 낮은 곳에 머물며 보듬게 하는 뚝심있는 환경주의자로 만들었다.

 

  전체에 걸쳐 김용택님의 맛깔스런 문장으로 그를 키운 어머니의 정서와 지혜를 만날 수 있고, 사진작가 황헌만님의 앵글로 잡은 시골 사계의 풍경과 그 안에 자리하신 청순한 노모의 수줍은 일상모습을 만날 수 있다. 후딱 사진만 훑어보아도 고향생각이 아련하여 가슴이 짜릿한 책이다.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는 원인을 그는 나름대로 추측한다. “시어머니가 칼을 쓰고 여기다가 놓아두었는데, 며느리가 칼을 쓰고 다른 장소에 놓아둔다. 시어머니가 칼 쓸 일 있어 자기가 칼 둔 곳에 가서 칼을 찾는데, 칼이 없다. 이런? 이것이? 그렇고 그런 사소한 일들이 겹치고 쌓이고, 그러다보면 앙금이 생길 것이 아닌가.” 저절로 웃음이 번지고 손뼉이 쳐지는 대사다. 이런? 이것이?

 

  자식사랑의 끈끈함과 생활인의 지혜를 보여주는 어머니의 콩이야기는 어머니의 무릎뿐만 아니라 ‘그래, 그렇지!’하고 독자들의 무릎도 치게 만든다. 원인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아픈 아들 김용택을 위해 100여종이 넘는 약초를 캐러 들로 나선 어머니는 자꾸 셈하다 얼마까지 세었는지 까먹게 된다. 그러자 무릎을 치며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콩! “ 어머님은 집에서 콩 100개를 세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시 산으로 가셨다. 그리고 풀 한 줌 베어 넣고 콩 하나 꺼내 주고, 이런 식으로 어머님은 우리 동네와 산에 있는 풀을 모두 베어 100가지도 더 넘는 백초 효소를 만드신 것이다... 그 약을 먹고 김용택님의 몸은 몇 해를 두고 서서히 회복되셨다 한다.

 

  육성회비가 없어 집으로 돌려보내진 아들 앞에서 어머니가 보여주신 비장한 강단은 그 시절 자식하나위해 온몸 바쳤던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머리에 쓴 수건을 벗더니, 땀을 닦고 옷의 먼지를 툴툴 털면서 ‘가자!’하며 앞서 밭을 걸어나갔다.“ 그 걸음에 닭들을 장에 내다팔고 그 돈을 아들 손에 쥐어주시며 당신은 차비가 없어 먼지속에 이십 리 길을 걸어오시는 모습, 그녀의 피붙이아들만 눈물 흘릴 장면은 아닐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