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페이지 책 -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봄로야 글.그림 / 시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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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존의 책과는 비교를 하기 힘들다.

책의 파괴적 실험의 결과랄까?

저자가 읽고 감명을 받고 영감을 받는 책을 철저히 자신만이 예술세계로 만들어버린 점이 참으로 창의적이고 새롭다.

왜 이렇게 책의 낱장에 그림과 주요 단락을 제외한 모든 철자를 지워버리는 행위에 대한 의문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약력을 알게 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이 될 듯도 싶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 및 큐레이터이다.

즉, 미술과 관련이 깊은 그것도 창조적인 면이 부각되는 영역에서 일하는 작가라 볼 수 있다.

하여튼, 대단한 책읽기다.

가끔 나도 책읽기를 하면서 내 경험과 비추어 비교를 해보면서 작가의 상황에 나의 상황을 대비시켜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말 책을 하나의 오브제로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세계로 만드는 저자의 역량에 놀랄 뿐이다.

 

원래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작년부터 줄곧 읽어왔던 책 읽기 혹은 독서전반에 관한 책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서였다. 그러나, 이 책의 젊잖은(?) 양장본 겉표지안을 들추어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기대는 어긋나고 있었다. 저자의 책 읽기 방법의 한계가 어디까지 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책을 해체하고 자신의 잣대로 창의적인 낙서(?)로 도배해 놓고 있었다.

 

물론, 저자의 책 읽기가 너무나 책에 대한 테러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놀라운 시도로 가득 차 있긴 하다. 그러나, 저자의 직업인 일러스트레이터, 뮤지션(그녀의 음악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대단히 실험적일 거라는 추측이 든다), 그리고 큐레이터라니 책을 마치 하나의 오브제로 삼아서 자신만의 예술의 세계로 꾸며놓은 그런 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다. 하나의 현대미술작품을 쭉 둘러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시각적으로는 놀랍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어떻게 이렇게 책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짜맞출 수 있는 지를 읽으면서 바라볼수록 더욱 경이롭다. 저자가 언급한 15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어본 책은 서너 권에 불과하고 그 책들도 읽은 지 오래되어 서문에서 지은이가 말한 대로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지라 이 책에서 인용한 부분들이 새롭게 혹은 낯설게 다가왔다.

 

어떤 책이든지 읽는 사람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되고 이해되는 책의 속성을 이처럼 이질적(?)으로 나타낸 경우는 흔치 않은 듯 하다. 이 책에서 언급된 부분을 해당 책을 읽으면서 비교해보는 것이 이 책의 이해에 더욱 도움을 줄 듯도 싶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으로 시각적인 감동은 있었지만, 내용적인 면은 공감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이리저리 짜깁기한 듯한 느낌에 자꾸 책 읽기의 흐름이 끊긴 면이 있었다. 아마도, 우선은 내 책 읽기의 내공이 깊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장편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저자의 계산된 의도였을 지도 모르겠고, 내용의 이해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책보다 저자의 미술작품내지 음악작품을 접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의 소제목대로 발칙한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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