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엄마로만 살 뻔했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를 초창기에 즐겨보았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게 되면서
보다 특출나고 대단한 분들이 많이 출연하고 계신데요.
초창기에는 길거리에 나가서 평범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엄마 아빠 같은 사람들
그리고 나 같은 내 동생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허술하지만 정이 가고 웃음이 나게 하는 사람들,
인생의 풍파 속에서도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성실하게 우직이 살아오신 분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어 넘어갈 것 같은 아이들.
요즘같이 대단한 분들이 나올 때는 놀랍고 신기한 재미로 방송을 보게 되지만
초창기에는 특별하거나 잘나지 않아도 사정을 알 만하다거나
일상 속의 소소한 웃음 터지는 순간들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이 있었거든요.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도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런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
흙 속의 진주를 보듯 귀한 반가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작가님의 인생을 빠르고 간략하게 그려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살 것만 같았던
막연한 희망에 찬 젊은 날을
결혼으로 떠나보내고
현실과 점차 마주하며 자신을 잊고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만 살아오던 인생.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자신과 마주하며
잊고 지낸 자신을 발견하고 또 때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가끔 서글프지만
나이를 먹는 만큼 제인생을 또렷이 보게 되고
쌓아온 연륜으로 진짜 중요한 것을 돌아보고 챙길 기회를 준다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책을 펼쳐들고 몇 장 보다가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숨 가쁘게 써 내려간 작가님의 일대기는
아주 화려하다거나 상세한 묘사와 감정 표현은 없었던 것 같지만
상상이 되어서였을까요.. 제가 좋아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처럼
담담한 글 속에 묵묵히 숨겨놓은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글을 꼭 써보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저도 작가님처럼 요즘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며 조금씩 배우면서
글을 써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동안 그냥 흘려들었는데요.
이제는 꼭 써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네요.
제게 용기를 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