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2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사물궁이 2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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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금요일 밤마다 한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기대에 들떠 TV 앞에서 앉아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TV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유독 그 프로그램엔 열성이었다. 그토록 즐겨보았던 ‘알쓸신잡’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자신의 지식과 견해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보다가 차츰 다른 분야에도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과학은 평소 관심을 갖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이야기와 어우러진 과학엔 눈길이 갔다. 엉뚱해 보일까 싶어 억눌러두었거나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질문이 표출되었을 때 묵혀둔 감정이 드디어 분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는 일말의 해소를 느끼기도 했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과학을 대화하듯 풀어낸다.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먼저 끌어내어 이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밝게 비춘다’는 뜻의 ‘통촉’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상세한 고찰을 요청할 때 쓰던 말입니다. 실록에서 그 용법을 찾아보면 주로 “임금께서 통촉하셔서” 또는 “임금께서 이미 통촉하셨는데” 등으로 쓰였습니다. 이는 왕이 그 문제를 이미 알고 있거나 처리했다는 뜻이므로, 신하들이 갑작스럽게 입을 모아 통촉해 달라며 반박할 이유가 없습니다.


238쪽,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2.

또한 1962년에 개봉한 <폭군 연산>에서도 연산군이 신하들에게 퇴정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나 중종이 새로 왕에 등극해 명령을 내리는 장면에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또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대사가 들어갈 만한데도, 신하들은 그냥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241쪽,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2.



책은 뇌, 실험, 생활 궁금증, 몸, 잡학 상식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챕터를 분류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챕터는 뇌 과학과 잡학 상식이었다. 마지막 챕터인 잡학 상식은 인문학적인 궁금증을 해소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한 질문이 유독 눈에 띄었다. ‘왕조 시대 때 신하들은 어떻게 타이밍을 맞춰서 합창했을까?’. 질문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없거니와, 어떻게 동시에 합창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회의에 대한 격식 중 하나로 답변에 대한 타이밍을 맞추는 예행연습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허무하게도 신하들은 왕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꾸벅거리거나 ‘네.’하고 답변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극화된 조선시대 형상에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외려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엉뚱하다고 생각했던 질문 하나가 또 다른 상식으로 메워졌다.



그리고 해마 주변에 있는 비피질 영역은 해마와 함께 기억 형성을 담당하며, 특히 기억과의 연관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해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피질 영역만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억에 없어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는 기억 처리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에 혼선이 생겨서 데자뷔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20쪽,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측두두정 접합부에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 유체 이탈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60쪽,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분명 처음 경험하는 일인데도 일전에 경험했던 것만 같은 기시감이 밀려오곤 한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지만 그러한 호기심은 금방 사그라들기 일쑤였다. 책은 이러한 호기심을 쉬이 날려 보내지 않는다. 데자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다양한 이론을 동원하여 파헤친다.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혼선, 복합적 기억에 의한 착란, 방어 심리 등을 데자뷰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소위 말하는 초자연 현상 중 하나인 유체 이탈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한다. 전체 인구의 5~10%가 경험해보았다는 유체 이탈은 외부 환경과 몸에 대한 정보가 결합되는 측두두정 접합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정신적 외상이나 감각 이용에 결함이 생기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뇌과학 분야는 가능성에 기반을 두었을 뿐 아직 명료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단 하나의 정설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이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발견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혹은 너무도 뻔한 나머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일상 속 호기심과 공상이 발현되는 것에서 흥미를 느낄지도.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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