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카오스토리에서 먼저 만나봤던 소설 [고스트라이터즈]
연재시기가 임신초기와 겹쳐 휴대폰을 멀리 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도 휴대폰으로 이북이나 웹소설을 읽는 것은 조심한다.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고, 전자파가 어마무시할 것 같아서 ...

요즘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하는 소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웹소설에서 먼저 선보였던 것을 다시 편집하여 종이책으로 출간을 하나보다.

먼저 읽었던 [키스의 여왕]도 나름 몰입도 있게 읽었었고, [ 고스트라이터즈]도 연재 시작시 앞부분을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감이 컸다.

웹소설의 장점은 역시 매회차마다 긴장감이 넘치며 궁금하며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니, 그 것이 종이로 인쇄되어 나온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테니까.

더군다나 [고스트라이터즈]는 작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시영은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첫작품 '기록의 집' 이후 두번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 유령작가다.

대단한 네임드가 있는 인기 작가가 문하생같은 유령작가들을 두고, 플롯을 짜주면 그들이 열심히 써낸 소설에 맛깔나는 MSG를 첨가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작업.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써낸 이야기라기엔 너무 리얼해 그럴 수도 있겠다로 생각이 자리 잡았다.

무튼, 제대로 된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쥐꼬리만한~ (창작지원금)이라는 이름하에 공장에 갇혀 일하는 노동자처럼 글을 찍어내듯 쓰는 시영은 자신의 두번째 책을 못내는 이유가 참으로 여러가지다.

지금 하는 이 일만 끝나면의 끝도 없는 핑계.

그러다 자신의 미래 이야기를 써달라는 한 여자 배우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시영이 쓴대로 정말 성공대로를 달리는 여배우.
그리고 그의 능력을 탐내는 다른 어두운 세력.

타인의 운명을 설계하는 작가라니...
웹툰작가가 그린대로 사건이 일어난다든가, 소설가가 쓴대로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 추리극은 가끔 봤어도,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대가를 받고 그 사람의 미래를 잘 짜여진 각본처럼 쥐어주면 그의 인생이 그대로 된다는 설정은 정말 독특하고 신선했다.

-중간내용 생략-

결론은... 자신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좋게 써진 그 글처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가 그 성공한 삶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며, 작가는 역시 매 끼니 식사를 하듯 부지런히 써야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먼저 든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자연인 하늬: 미래일기를 소설 형식으로 써보자. 일종의 위즈덤카드처럼 위즈덤자서전을 미리 쓰는 것이다. (그 미리쓴 자서전형식의 하늬소설대로 되기 위해 책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노력한다면 성공스런 삶이 저절로 따라오지 않겠는가. 그만큼 간절히 읽고, 노력하고 , 각인한다면 베스트셀러에 많이 나왔던 방법이다. 예를 들면 대유행했던 [시크릿]의 방법이라든가...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지갑에 위즈덤카드를 꽂고 다닌다던가. 카드 한장의 위력도 이러할진데 소설은 말을 말자.)

작가 하늬: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열고, 아침 식사를 하듯 글을 쓰자.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정말 영감(노인)되는 수가 있다.


2016년상반기, 첫 장편판타지 소설로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뒤,
개정하여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였고, 결과는 썩 좋지 않다.

2016년 하반기, 두 번째 장편판타지로 공모전 출판사 특별상을 수상한 뒤, 개정판을 완결해야 하는데,
임신으로 인한 초기 몸조심, 악덕입덧 등의 시간이 다 지나갔음에도 머리가 굳어버려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 핑계인가)

이 소설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교훈을 준 지 모른다.
스토리 자체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지만, 작가로서의 태도에 관한 각장마다의 명언들은 가슴속에 콕콕 박혀들었다.

3시간 동안 완독해버릴 정도로 가독성도 좋았고, 지루한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읽다보니 난 어느새 주인공이었고, 써지지 않는 글에 대한 갈망과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고 있었다.

- 은퇴 불가의 작가 신세.
어쩌면 작가는 평생 무언가를 씀으로서 자기 내면을 치유하며 생을 견뎌야 하는 불치병 환자인지 모르겠다.
[고스트라이터즈 - 본문 중]

그래. 나는 계속 무언가를 써내려가야 한다는 각방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되버렸다.
직장 다니면서 취미로 쓸 때는 그렇게 즐겁더니.. 공모전 되고 진짜 대단한 작가라도 될 수 있는 냥 사표 던지고 막상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자... 글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다른 작가들처럼 로맨스가 술술 써지지 않는 것이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다.
저녁에 쓴 내 원고를 다음날 아침에 보면 싹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주인공 시영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넸다.
아니 굉장한 응원의 말을 건넸다.
그도 어느 유명 작가의 말을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어떤 초고든지 다 쓰레기라고...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쳐서 작품을 만드는 거라고.

그래서 난 오늘도 아침부터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두 번째 쓰레기를 완성하기 위해.
이 쓰레기는 곧 아름다운 책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