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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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틀고 자면 정말 죽을까?

빨간마스크는 정말 3초 안에 100m를 달릴까?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정말 죽을까?


아니, 그 전에.


도대체 어째서 어렸을 적 스치듯 들었을 뿐인 이 이야기들은 이토록 진하게 기억에 남는 걸까?


우리도 모르게 지나쳤던 흔한 도시전설에 '스틱!', 즉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아이디어들에 대한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을 알고 싶지 않다면 이 리뷰를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아, 물론 끝에는 위 세 문제에 대한 정답도 있다.




2.

마케팅 세계에서 '시선을 끄는 단 한 줄의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되어 왔다. 그 중요성을 더 설명하는 게 입 아플 정도다. 꼭 마케팅 뿐만이 아니다. 소개팅에서도 '첫 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왜일까?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은 정보들 중에 하나만 꼽아 보겠다. 우리는 너무, 진짜 너무 너무 바쁘다. 그래서 첫 인상에서 흥미를 주지 못하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재미 없는 첫 인상을 가진 녀석들'을 거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어찌어찌해서 끝까지 참고 듣게(읽게, 보게) 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다. 자, 과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얼마나 기억할까? 아마 3분의 1을 기억하면 많이 기억한 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단순하고 구체적인 우화, 스토리 등은 기억에 깊이 남는다. 심지어 그것을 떠올릴 때 어떤 감정까지 동반 된다. 이를 테면 빨간 마스크 일화.


필자는 9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내 또래 학생들은 대부분 빨간 마스크 괴담에 대해 알고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필자가 대충 한 번 설명해 보겠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2008년, 경기도 의정부의 어느 을씨년스러운 겨울. 불행히도 성형수술 중 의료사고로 인해 입이 찢어져 과다출혈로 죽은 한 여자가 있다. 타고난 예쁜 외모를 더 예쁘게 만들고자 했던 욕심이 화근이었다. 너무나 억울했던 나머지 그의 영혼은 성불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돈다. 그리고 죽기 전 우아하게 자신의 늘씬한 체형을 돋보이게 해주던 갈색 코트를 입고 인간 세계에 나타난다.거기에 살짝 포인트를 주어, 붉은 색의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로.


어느 한적한 밤. 그의 앞에 한 학생이 지나 간다. 눈이 마주친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학생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싶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빨간 마스크를 쓴, 예쁜 눈매를 가진 훤칠한 여성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곧 묻는다.


"나 예뻐?"


학생은 당황한다. 이윽고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음을 생각한다. ① 예쁘다고 한다 ②안 예쁘다고 한다 ③모르겠다고 한다. 어떻게 대답해야 최대한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학생은 떨리는 마음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한다. "예... 예뻐요!" 자, 여기서 질문. 여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학생은 어떻게 됐을까?


"내가 예뻐? …… 그럼 너도 똑같이 해 줄게!"


광기에 젖은 얼굴로 마스크를 벗으며 칼을 꺼내드는 여자. 학생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른다.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옮겨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헛수고다. 여자는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치다가 몇 초 후 한달음에 따라잡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여기, 또 다른 한 명의 희생양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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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억이 났을 거다. 물론 지역 별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다. 어차피 이 괴담 자체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그렇지만 우리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정보들은 거의 같다. 입 찢어진 여자의 존재, 그가 쓴 빨간색 마스크, 엄청나게 빠른 달리기,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에게 똑같이 복수하는 여자. 나는 이 괴담을 15년 전 처음 들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 난다. 무서워 떠는 것은 아니지만, 불 꺼진 방에서 생각하면 가끔 소름이 오소소 돋기도 한다.



3.

위의 '빨간 마스크 괴담' 예시는 저자가 말하는 '스틱!'의 법칙에 아주 훌륭히 부합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법칙은 아래와 같다.


- 단순성 (Simplicity) : 핵심을 담고 있으면서도, 단순하게.

- 의외성 (Unexpectedness) : 허를 찔러 '추측 기제'(일반적인 답은 XX가 아닐까?)를 깨뜨리고, 다시 재정립하게끔 돕기.

- 구체성 (Concreteness) : 상세한 이미지를 제시하여 두뇌에 각인시키기.

- 신뢰성 (Credibility) : 권위 혹은 반(反)권위를 통해 신뢰를 주기. (권위 - 정부 모 부처 / 반권위 - 동네 할머니, 친구 등)

- 감성 (Emotion) :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기.

- 스토리 (Story) :  위의 원칙을 하나의 '스토리'에 담아 전달하기.


여섯 가지의 간단한 법칙이다. 저자는 이 여섯 가지 법칙의 앞 글자들을 따 'SUCCESs' 법칙이라 칭한다. 이 여섯 개만 따르면 '성공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위의 괴담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자.


- 단순성 : 입 찢어진 여자가 억울한 마음에 똑같이 복수한다. (OK)

- 의외성 : 예쁘다고 말하면 살려줄 줄 알았는데 죽인다. (OK)

- 구체성 : 으슥한 밤 골목, 코트와 빨간 마스크, "나 예뻐?"와 같은 구체적인 대사와 선택지 (OK)

- 신뢰성 : 2008년 의정부 (필자가 임의로 지어냄), 1970년 일본 기후현, 1990년 서울 등과 같은 배경 설정과 친구들의 "내가 봤어!"식 증언 (OK)

- 감성 : 괜히 밤에 코트 입은 여자 보면 무서움 (OK)

- 스토리 : 억울한 여인의 복수심 서린 이야기 (OK)


완벽하다. 


사실 저자는 이 '빨간 마스크 괴담'을 예로 들지 않는다. 대신 어느 날 모르는 미녀에게 술을 얻어 마시고 얼음 가득찬 차가운 욕조에서 눈을 뜬 한 (장기를 털린) 남성의 예를 든다. 이는 동서양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장기 털리고 욕조에서 눈을 뜬 남자보다 '빨간 마스크'괴담이 더 친숙하다.


물론 저자가 이런 괴담, 도시 전설들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여러 가지 훌륭한 기업의 모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가장 저렴한 항공사'), 정치인의 연설 (로널드 레이건의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졌습니까?"), 헐리우드의 하이 콘셉트 (영화 '스피드'의 '버스 버전 《다이 하드》') 및 세상을 바꾼 수많은 사례를 선보인다. 


저자는 '스틱!'의 궁극적인 형태는 속담이라고 강조한다. '손 안에 든 한 마리 새가 숲 속에 있는 두 마리보다 낫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 이런 속담은 위의 여섯 가지 SUCCESs 법칙을 완벽히 따르면서도 오랜 세월 속에 살아 남은 메시지다. 한국 속담의 예를 들면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등이 있겠다.



4.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소개말이 있다. 해당 본문의 바로 첫 줄에 쓴 내용이다.

인생을 날로 먹기 위해 오늘도 습관을 쌓는 블로거 프레지디입니다. 인생 최고의 치트키 '복리 효과'를 이용해서 달달하게 꿀 한 번 빨아 보겠습니다.

출처: 본인 (ㅋㅋ)


나름 고심해서 정한 소개 문구다. '라이프해커 자청'과 같은 기억에 확 남는 소개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 변주햇다. 라이프 해커? 해커? 해킹? 해킹과 비슷한 게 뭐가 있지? 아, 치트키! 그래서 블로그 제목도 '치트키 남발하는 사람'이다.


스틱의 여섯 가지 법칙을 배운 지금, 해당 문구를 되돌아 본다. 과연 여섯 가지 법칙 (단순, 의외, 구체, 신뢰, 감성, 스토리)에 부합하는가?


사실 나름대로 채점은 해 보았다. 여기에 그걸 쓸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굳이 쓰진 않겠다. 판단은 이 글을 읽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뭐, 스스로는 꽤 만족한다.




5.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틀고 자면 정말 죽을까?

- 죽지 않는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질식으로 인한 사망설이 주된 내용인데, 선풍기 바람만으론 산소 농도를 바꿀 수 없다. 선풍기는 동력장치를 이용해 바람을 일으킬 뿐이다.


빨간마스크는 정말 3초 안에 100m를 달릴까?

- 그걸 믿었음? ㅋㅋ 골룸이셈? (해당 괴담이 유행하던 2007~8년 감성으로 답해 봤다.)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면 정말 죽을까?

- 흠, 그렇다고 칩시다. 아, 근데 하나만 묻겠습니다. 인감도장이 무슨 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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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책은 어려웠다.


어제, 그저께 읽은 책보다 두세 배는 두꺼웠으며, 미국 책을 번역한 거라 그런지 특유의 서양 감성(엄청나게 많은 예시 늘어놓기, 번역체, 가끔 딴소리 하기)이 몰입을 종종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발췌독했다. 늘어지는 부분은 과감히 스킵하고, 각 챕터 별 핵심 내용만 취하면서.


그렇지만 저자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와 닿았다. 앞으로 창업을 할 사람으로서, 그 전에 블로그를 하는 사람으로서 늘 기억하고 지니고 다니면 아주 좋은 법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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