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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페이지
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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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특히 책을 덮는 순간 독서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 책에는 정독, 문독, 심독, 재독, 교독을 비롯해 한 권의 책을 조금 더 깊게 읽는 32가지 방법이 나온다. 새로운 독서법을 잔뜩 배운다는 느낌보다, 내가 지금까지 책을 어떻게 읽어 왔는지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내가 채택하지 않았던 방식으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독서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사람보다 ‘나는 분명 책을 꽤 읽는데 왜 남는 게 별로 없지?’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모든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도 없다. 필사가 맞으면 필사 하나, 서평 쓰기가 맞으면 그것 하나만 가져와서 나의 것으로 만들기만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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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주식투자는 달라야 한다 - 매달 월급으로 시작해 평생 자산을 키우는 투자 시스템
미네르바의올빼미(조정인) 지음 / 길벗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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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은 세우기 쉽지만, 갑자기 생활비가 필요해지면 그 계획을 지키기 어렵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직장인의 주식투자는 달라야 한다에서 비상금과 통장 관리를 먼저 다루는 점에 공감한 이유다. 투자에 얼마를 넣을지 계산하기 전에 당장 쓸 돈과 남겨둘 돈부터 구분해야 한다는 순서가 현실적이다.

투자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무래도 수익률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같은 손실도 누군가에게는 기다릴 수 있는 금액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음 달 생활을 흔드는 금액이다. 남의 투자 방식을 따라 하기 전에 자신의 지출과 돈이 필요한 시기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상금을 남겨두는 일이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도, 급한 사정 때문에 원하지 않는 시점에 주식을 팔지 않도록 준비하는 데 의미가 있겠다.

본업에서 들어오는 월급을 투자 기반으로 보는 관점도 좋다. 저자는 직장인이 전업투자자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투자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뒤처진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일을 마친 뒤에도 모든 뉴스와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하는 것도 투자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내가 주의하고 싶은 것은 조급해질 때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투자금으로 계산하는 일이다. 오래 보유하겠다는 말에 앞서 정말 오래 두어도 되는 돈인지 확인하기. 수익을 기대하는 마음과 별개로 이 기준은 지키고 싶다.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주식을 사고 있지만 자금 관리는 그때그때 해온 사람에게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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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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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꼭 맞혀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정답만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수상한 말을 하면 의심하고,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앞에서 세운 가설을 고쳐보는 재미가 좋다. 큐레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궁금한 만큼,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설명이 맞는지도 따져볼 거리가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과 표지부터 취향이었다. 퍼핏 쇼와 블랙 서머로 이름을 알린 크레이븐의 책이라는 점도 기대할 이유였고요. 그런데 추천 이유를 작가 이름으로만 끝내기는 아쉽다. 큐레이터에서 흥미로운 건 증거들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정보를 모으면 답에 가까워져야 하는데, 알아낸 사실들을 한데 놓아도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남는다. 나는 추리소설에서 이런 상황을 좋아한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그 사람을 의심하는 내 근거가 충분한지 고민할 때 더 재미있다.

포가 증거와 설명 사이에 남는 틈에 주목하는 대목도 좋다. 얼추 들어맞는 답을 찾았다고 끝내지 않고, 그 답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는 태도다. 독자 입장에서도 범인을 찍어놓고 모든 정보를 거기에 맞추는 건 쉽다. 그런데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설명에 계속 빈틈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용의자뿐 아니라 처음 세운 가설도 의심해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에 추리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워싱턴 포와 틸리 브래드쇼가 함께 수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나는 사건만큼 수사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시리즈를 좋아한다. 범인의 정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더라도, 다음 권에서는 이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야 계속 찾아보게 된다. 형사와 데이터 분석가라는 서로 다른 역할도 반갑다. 현장에서 발견한 흔적과 분석을 통해 알아낸 정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볼 조합이다.

추천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두운 범죄소설을 좋아하면서 수사의 세부 과정도 즐기는 독자다.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의미를 생각해보고, 인물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증거와 비교하는 사람. 범인이 무엇을 숨겼는지만큼 무엇을 일부러 보여주는지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잔혹한 소재가 포함되니 그 부분은 취향을 고려해 고르면 된다.

장편 추리소설을 고를 때는 사건을 두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점도 좋다. 빨리 결말을 확인하고 싶으면서도, 그 전에 혼자 이것저것 의심할 여유는 있었으면 한다. 큐레이터는 기괴한 사건과 모순되는 증거, 수사 콤비라는 조합으로 그런 독자를 부른다.


다 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다시 의심하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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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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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단두대와 욕조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 너무 쉽게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나라를 위해서, 혁명을 위해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으면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금세 뒷전이 된다. 그런 명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마저 의심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잔혹한 행동 자체도 무섭지만,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분위기가 더 싫고 두렵다.

특히 전쟁 중에는 도덕을 따질 자리가 없고 이기는 쪽이 옳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다. 승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이겼다는 사실이 그 과정에서 저지른 일까지 옳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질 때마다 어느 편에 섰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면, 억울한 사람에게는 대체 어디에 호소할 자리가 있을까. 이런 대목에서는 인물의 말에 선뜻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어려울 만큼 반박하고 싶어진다.

시몽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자신이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까지 겹친다. 그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선택을 어디서부터 되짚어야 할지 막막할 것 같다. 처음부터 적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당하는 일도 끔찍하지만, 내가 속한 편이 나와 가족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일 것이다. 그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그 마음을 복수심 하나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그 사람의 죄를 밝힌 다음이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잘못을 알아도 처벌할 수 없다면, 증거가 있어도 사람들이 외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두대와 욕조에서 관심이 가는 것도 그런 문제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별개로, 진실이 밝혀지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갖고 싶다. 그 기대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의 복수를 통쾌하게만 바라보기 어렵다. 가해자가 벌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하다. 다만 그 처벌로 죽은 사람이 돌아오거나, 남겨진 사람의 삶이 이전처럼 회복되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는데 책임을 묻기 위해 또다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불공평함 때문에라도 시몽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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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는 왼쪽에 - 『자본』의 세계사와 마르크스 없는 한국사회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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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비상구는 왼쪽에라는 제목부터 입장이 분명하다. 내 관심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왜 생활의 안정을 얻기 어려운지에 있다. 강신준은 마르크스를 통해 노동과 소유의 관계를 설명하고, 우리가 일에 내주는 시간을 살핀다. 특히 자유롭게 쓸 시간을 삶의 중요한 조건으로 다룬다는 점이 좋다. 쉬는 날에도 다음 출근을 위해 체력을 회복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면, 내 시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더 벌고 더 소비할 수 있는지만큼 덜 지치며 살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런 생활을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은 노동조합과 공동의 강령, 시민정치교육처럼 변화를 꾸준히 이어갈 기반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시민정치교육에 관심이 간다.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무엇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할지 모르면 답답함만 쌓이기 쉽다. 내 생활이 어떤 제도와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요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함께 판단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마르크스의 설명이 지금의 노동과 생활을 이해하는 데 어디까지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며 읽어도 좋겠다.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생활이 나아질 가능성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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