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상구는 왼쪽에 - 『자본』의 세계사와 마르크스 없는 한국사회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비상구는 왼쪽에라는 제목부터 입장이 분명하다. 내 관심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왜 생활의 안정을 얻기 어려운지에 있다. 강신준은 마르크스를 통해 노동과 소유의 관계를 설명하고, 우리가 일에 내주는 시간을 살핀다. 특히 자유롭게 쓸 시간을 삶의 중요한 조건으로 다룬다는 점이 좋다. 쉬는 날에도 다음 출근을 위해 체력을 회복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면, 내 시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더 벌고 더 소비할 수 있는지만큼 덜 지치며 살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런 생활을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은 노동조합과 공동의 강령, 시민정치교육처럼 변화를 꾸준히 이어갈 기반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시민정치교육에 관심이 간다.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무엇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할지 모르면 답답함만 쌓이기 쉽다. 내 생활이 어떤 제도와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요구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함께 판단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마르크스의 설명이 지금의 노동과 생활을 이해하는 데 어디까지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며 읽어도 좋겠다.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생활이 나아질 가능성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