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바울을 보다 - 시각장애인 목회자들과 함께한 그리스-튀르키예 촉각성지순례
소재웅 엮음, AL 미니스트리 기획 / 훈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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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내겐 아프고 어렵고 불편한 단어가 책장을 넘기기 힘들만큼의 무게인가 하면 또 그렇진 않은데 그렇다고 선뜻은 안되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대체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무슨 동기로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을까?

성지순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는 것’이다. 성경 속 장소를 직접 보고, 바울이 걸었던 길을 바라보고, 오래된 유적을 눈에 담는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 목회자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걸은 성지순례의 기록이다.
그들은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다른 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그 땅을 마음으로 그려간다. 단순히 성지를 ‘보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 서서 말씀을 듣고, 바울이 걸었던 길을 생각하고, 복음 때문에 자신의 삶을 내어놓았던 한 사람의 발자취를 더듬어 간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준 동반자들도 있다. 나는 사실 그들의 마음에 내 마음이 더 포개어졌다. 눈으로 보고 담고 누리는 이 벅찬 감동을 내가 사랑하는 이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말로 더 생생하게 표현해 주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지…
시각장애인 순례자에게 한 걸음은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이었을 것이고, 그 손을 믿고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해 준것은 곁에 있는 동반자들이었다.

누군가는 눈으로 길을 보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말로 풍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는 아니다. 함께 걷는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시각장애인 목회자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걸었던 바울의 길은 그래서 더욱 복음적이다.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걷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걷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사람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신앙의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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