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느낌과 함께, 그 날의 물소리는 밤의 장막을 뚫고 내 심장 속으로 파고 들었다.
집으로 가자마자 tv를 틀었더니, 벌써 뉴스에선 녀석의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이거...나도 위험한거 아냐...'
불안한 마음에 취미삼아 정성스레 말려두었던 고엽잎을 꺼내보았다. 요즘 들어 어울리지도 않는 다도를 배우는터라 차 한잔을 따를 때에도 긴장이 되곤 한다.
“아! 뜨거~!” 덤벙대는 내가 자살도우미라니...가당치도 않아.
하루. 첫 번째 녀석의 이름은 하루였죠. 그냥 그렇게 짓기로 했어요. 어차피 상관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 녀석은 제가 다른 삶을 살게 해 주었어요. 그 녀석에게 저는 고마운 사람일까요...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도 죽을 때쯤, 알 수 있겠죠.
자살도우미의 시작.
한강이 인기가 좋나 봐요. 지금 눈 앞에 또 한 녀석이 빠지려고 하네요. 세상의 짐은 지가 다 짊어지고 있는 것 마냥...
내가 눈에 걸린건지 그 녀석은 주춤하더니, 흘깃 쳐다보네요...빨리 지나가 버리라는 것처럼.
“어이~학생. 죽을껀가?”
갑작스런 질문에 놀란 그 친구는,
“에??!!.... 무..무슨 상관이예요?”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말야...어차피 죽으려면 남들하고 똑같이 죽는거 재미없지 않아? 적어도 나라면 말이야...다른 방법을 택하겠다구... 너 오늘 말고 내일 죽지 않겠냐?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말이야. 내일 아침 5시에 동서울터미널로 나올래?”
얼이 빠진 녀석은 계속 쳐다보더니...“내일 학교는요??”
아...이것 참 매력있는 놈일세...
“야!! 죽으려는 놈이 내일 학교를 걱정해?? 내일 동서울터미널로 5시까지 나와! 그럼 내일 보자.”
“아!~~잠깐만요!!! 형은 대체 누구예요??”
나...그건 죽을 녀석이 알 바가 아냐...속으로 삼킨 말은 녀석도 나의 시선을 보고 이해했으리라.
내 코드네임은 S1. 요단강을 건너기 전, 그 길을 막아서는 사람. 그것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