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없는 세상은 정말 행복할까?”비가 와도 젖지 않는 남자가 있다.그는 죽은 이들의 피를 증류해 그 안에 깃든 슬픔을제거한다. 슬픔은 삶을 썩게 만드는 불순물이라고믿으며, 슬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일 이라고 생각한다.늘 비에 젖어 있던 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남자는 죽은 아들의 피로 마지막 실험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아들의 슬픔마저 모두 증류해 버린다.빗소리를 듣고, 달빛을 바라보고, 호수에 비친 자신의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자신 안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그리고 어느 비 오는 밤, 마침내 그 감정의 이름을 깨닫는다. “나는 슬프다.”감정술사는 슬픔을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누군가를 사랑했고 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로바라본다.꽃도 시들고, 사랑도 변하고, 슬픔도 언젠가는 옅어진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오히려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 사랑하고살아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읽고 나니 ‘행복’이라는 것도 슬픔이 전혀 없는 상태가아니라 기쁨과 슬픔을 모두 품고 살아가는 것인지도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과학적인 상상력과 우화적인 이야기가 만나 '감정’과‘인간다움’에 대해 조용히 질문하는 책이었다.슬픔을 지워버린다면 우리는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