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더라도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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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던 밤 구와바타의 신사 앞에서 한 노인이
심장마비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다.
그의 이름은 야마카와 타다히코.
잘나가는 대기업 건설회사의 엘리트였던 타다히코는
우연히 찾은 구와바타의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그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여
무리한 공사를 진행시켜 리조트를 건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사중단을 상사에게 건의 하였으나​ 묵살되고 다시 찾은
마을에서 그는 산사태로 사람들이 매몰되는 참혹한 재앙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님에도 깊은 책임감을 느낀
타다히코는 회사를 그만두고 평생을 바쳐 속죄하는 삶을
선택한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이 일방적인 희생은 결국
아내와 두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가족은
해체되어 이혼이라는 아픔으로 이어진다.

​가족에게 전해진 그의 부고.
그를 마음속 에서 지워버린 채 살아왔던 가족들은 그가 홀로
살던 집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타다히코가 마지막까지 간직했던, 말로 전하지
못했던 거대한 사랑의 흔적과 마주한다. 아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벚꽃이 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피어있는 보라유채
꽃밭이었다.
그 정성스러운 꽃의 숲을 보며, 꽁꽁 닫혀 있던 세 사람의
마음은 비로소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열리기 시작한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타다히코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남겨진 가족들의 삶은 고달팠고, 그의 선택은 이기적 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보라유채 꽃밭을 마주하는 순간 가족들은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다림과 시간 이라는 절대적인 통과 의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세월이 흘러 전해진 그의 진심은 날 선 분노를 조용한 이해로
바꾸어 놓았다

"용서할 수 없지만, 미워하지는 않는다"
아내의 말은 가슴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용서와 미움 이라는 두 단어가
한 문장에 녹아든 느낌이 었다.
아내가 홀로 감당했어야 할 아픔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화해나 완벽한 용서를 말하지 않았다
상처를 준 상대방의 삶과 그 무게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형태의 이해를
보여준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분노를 조용한 이해로 녹여낸 시간은
가족에 대한 가장 담담하고도 깊은 위로 였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는듯 했다. 가족은 결코 완벽한 존재들이 아니며
때로는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외면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끊어질 듯하면서도 결국엔 시간의
강을건너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것 또한 가족이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내 흩어지는 벚꽃이 지더라도
그 자리에 묵묵히 남아 피어나는 보라유채꽃처럼
타다히코의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족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벚꽃이지더라도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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