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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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때 그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안부를 묻고 싶은 글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김려령 작가님의 책도 뒷이야기가 궁금한 소설 중 하나였다.


​그런데 꿈처럼 내가 원했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우아한 거짓말> , <아몬드>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이 좋게 당첨되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첫 이야기는 김려령 작가님의 우아한 거짓말의 외전 <언니의 무게>다. 진정한 용서와 사랑의 의미와 소소한 유머가 담겨있어 재미있게 본 책이라 외전도 기대가 되었다.


​세상에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글들이 참 많은데, 김려령 작가님이 구축해 놓은 세계는 아주 따뜻하고 인간적이어서 좋다. 외전 역시 그러했다.


​자살한 동생을 추억하며 괴로워하고 자책만 하며 머물러있기보다는, 용서하고 용서받기 위해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멋졌다. 가해자, 방관자였던 동생의 친구들 못지않게 자신도 나쁜 언니였던 것은 아닐까 자책하지만, 자책에 머물러 있지 않고 동생을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특히 멋있었다.


​똑같이 나쁜 방법으로 응수하지 않고 보다 큰마음으로 가해자마저 보듬는 방식으로 복수를 택한 만지의 모습에서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천지를 추억할 때마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천지를 잃은 모든 이들이 함께 있는 한 앞으로 외롭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미주 작가님의 <초보 조사관 분투기>는 싱커라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외전을 읽어보니 이전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바이러스에 점령당한 세상에서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초보 역학조사관의 하루를 다룬 이야기다. 서울은 해수면 상승 문제로 가라앉아 어두컴컴한 멸망 도시가 되어버렸고, 인류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환경과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킨다. 안전한 삶의 터전에 무사히 정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경 난민이 되어 이주노동자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여 살아가는 가운데 직업의식과 자신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초보 역학조사관의 모습은 인간적이었다. 직업과 지위, 신분, 출신에 따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몫을 하며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간다. 미래의 모습이 이 소설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약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보듬을 줄 아는 의사와 초보 역학조사관 등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인류에게 어떤 위기가 닥친다고 할지라도 서로를 위하고 약자를 보살피는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더하여 지금이라도 환경 문제와 바이러스 등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말고,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도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분리수거에 신경 쓰고, 물을 아껴 쓰는 등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생활해야겠다고 반성했다.


세 번째 소설 이현 작가님의 <보통의 꿈>은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의 외전이다. 역시나 본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뒷이야기가 너무 부드럽게 잘 읽혔다. 두 번째 엔딩 서평을 신청하면서 앞선 이야기를 모르는 글들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구보다 분단의 고통을 크게 느꼈을 할머니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도 했고, 가슴 아팠다. 통일을 염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의 입장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할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2개로 나눠진 국가, 전쟁 중 전사한 언니, 잃어버린 고향은 평생 동안 가슴에 사무칠 슬픔이란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 중 그 누구도 가족과의 생이별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며,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힘든 시기를 견뎌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전쟁의 극악무도함에 대해 분노하게 되었다.


손녀에게 "잊지 마라. 너 첫 번째 커피는 할머니랑 마신 거이다."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한마디는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고, 남은 평생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음을 상기하게 해주었다.


그저 한 지붕 아래에서 잠들고 함께 밥을 먹는 보통의 꿈을 꾸었을 뿐인데, 그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간 모른 채 살았던 것 같다. 오늘 내가 게으르게 혹은 불평하면서 보낸 하루는 누군가가 너무도 꿈꾸었을 보통의 삶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현 작가님의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도 조만간 구입해서 읽어보아야겠다.







네 번째 소설 김중미 작가님의 <나는 농부 김광수다.>는 내가 좋아하는 푸르르고 고요한 시골을 배경으로 앞날을 고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도심에서 더 큰 꿈을 꾸고 도전하며 살라 말하는 주변인들과 달리 광수는 씨앗이 움터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큰 세계를 꿈꾼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농작물을 가꾸고,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수확을 거두는 삶은 자연친화적이고 착하다. 환경 문제가 매일 뉴스에 보도되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사업들이 빛을 보고 있는 현실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택하려 하는 광수의 뚝심이 멋졌다.


농촌이 점점 도심에서 퇴직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뀌고, 그로 인해 원래부터 시골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참 안타까웠다. 막연히 공기 좋은 시골 전원주택에서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만 좋자고 전원생활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욕심인 것 같다.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마음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지구를 해치지 않고 살아가던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우리 또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연스럽고 착한 것"에 익숙해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핸드폰 클릭으로 모든 물건을 쉽게 구입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고 싶은 어디던 누빌 수 있어 너무나도 편안한 삶이다. 그래서 우리가 편하게 사서 먹은 쌀과 과일, 채소, 고기 등이 누군가의 피, 땀으로 일궈 낸 수확물이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연이 주는 보물들, 정성으로 성실하게 일궈낸 수확물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화려한 도심 속의 삶이 편안해서 좋고, 경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멋진 것이라 말하는 친구들이 내 주변에도 많다. 물론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주는 장점들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김광수의 삶을 응원하고, 김광수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 깜언>도 꼭 읽어보아야겠다.


다섯 번째 소설 <상자 속의 남자>는 내가 애정 하는 소설 <아몬드> 손원평 작가님이 쓰신 외전이다. 뒷이야기를 이렇게 풀 수도 있다니! 영화와 같은 이야기 전개에 감탄했다. 아몬드 속 윤재의 아픔을 지켜보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 말까를 고민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청년의 뒷이야기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준 대가로 평생을 병석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며 겨우 숨을 쉬며 살아가는 삶을 얻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도와줄까? 아니면 나서지 않고 뒤로 숨을까? 미끄러지는 트럭 뒤에 서있던 아이를 구한 대가로 병석에 평생을 누워 사는 삶을 얻은 형을 지켜보아온 청년이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 날 윤재를 도울 수 없었던 이유를 공감할 수 있었다.


​형의 모습을 보며 상자 속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으며 사는 삶을 택했지만, 죄책감을 느끼고 윤재 어머니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찾아간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선택으로 인해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산책을 하고, 직장에 다니며 평범하게 사는 삶조차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결과를 얻는다면, 내가 희생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을 형의 선택에 괴로워하며 살았던 청년이 "형이 구해낸 소녀가 누군가를 살려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변화를 맞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삶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기쁘게도 하지만, 아픔과 기쁨이 한 종류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청년의 독백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큰 여운을 남겼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마음,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외면하며 느낀 죄책감 모두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들이었고 솔직해서 좋았다. 아몬드와 상자 속의 남자 모두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여섯 번째 소설 이희영 작가님의 <모니터>는 내가 작년에 읽다가 책꽂이에 꽂아뒀던 <페인트>의 외전이다. 주제가 흥미로워 보여서 샀지만 읽을 때 최, 박, 제노 301 등의 이름이 자꾸 헷갈려서 읽다가 덮은 책이었는데, 역시 이야기 전개는 아주 흥미로웠다. NC 출신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명한 뒷이야기는 씁쓸하기도 했지만 자유롭고 짜릿했다.


​NC에서 자라나 윤이 된 노아 208이 NC 아이들 또한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부모 면접을 포기한 제누 301이 누구보다 자유롭게 전 세계를 누비며 살아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세상에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면, 그때 같이 술 한잔해요. 어른 대 어른으로."라는 제누의 한마디도 기억에 남았다.


세상이 우리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을 일삼는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넓은 하늘을 어디든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꿈의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광대한 하늘과 바다 같은 크기의 꿈을 꾸며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라난 NC의 아이들은 큰 교훈을 주었다. 나 스스로 나의 한계를 규정하는 사람이 되어 "이건 이래서 안 돼. 저건 저래서 안돼."하고 있지는 않았나 되돌아볼 수 있었다.


​꿈을 꾸는 자유를 누리고, 꿈을 실현해 볼 용기를 가질 것! 2021년에는 겁쟁이가 아닌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페인트는 집에 있으니까 내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꺼내어 천천히 읽어보고 외전도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






일곱 번째 소설 <초원조의 아이에게>는 아가미라는 작품으로 익숙한 구병모 작가님의 소설이다. 이번 이야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작품의 외전이다. 날개가 달린 익인들의 삶은 아주 신비로웠다. 실제로 지구 어딘가에 익인들이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신비한 존재들이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 인간들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 사랑하고, 돌보고, 마을을 이뤄 대소사를 결정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나의 하루와 비슷했다.


​평생을 익인들 속에 살던 이시아가 도심에서 인간들과 어우러져 살다가 병을 얻어 돌아온 모습을 보면서, 조금 불편하지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이 건강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에는 도심 속의 삶을 동경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연 친화적인 삶을 동경하고 있는 나에게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비좁고 습한 도심에서 인간들 틈에 어우러져 살다가 병을 얻은 이시아가 인간이 행하는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익인 마을로 되돌아온 것도 이해가 갔다.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작품을 읽지 않아서 앞 이야기는 모르겠으나, 오롯이 인간들을 위한 실험 대상으로 쓰이고 버려질 가능성도 있기에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었다. 인간은 미지의 존재인 익인을 해치거나 자신들을 위해 이용할 생각만을 하지만, 익인들은 인간과 익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해치거나 내치지 않는다.


인간도 아니고 익인도 아닌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를 끝까지 자신들의 터에서 책임지고 기르기로 결정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읽다 보니 인간이 가장 이기적이고, 자연을 망치는 존재였구나 한 번 더 인정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지 말고, 상생하며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인류에게도 행복한 미래가 있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삶은 비단 인간들끼리만 지켜야 하는 매너가 아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준 자연에게 먼저 예의를 차려야 함을 잊지 말자!


여덟 번째 소설 <서브>는 백온유 작가님의 <유원>의 외전이다. 역시 유원을 읽지는 않았지만, 서브를 읽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앞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오롯이 성공, 실적, 성과,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에 아이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아이가 진짜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아주 좋아했던 축구장을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씁쓸했다.


축구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 운동장에서 함께 단련하며 만난 친구에 이어 결국은 자신마저 잃어버린 인하와 인하에게 부모님과 유사한 모습으로 운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나 죄책감을 느끼는 언니 상인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할지라도,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오지랖을 부릴 권한은 없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금메달이 가장 멋진 것이라 강요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때로는 버릴 것을 강요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수 있었다.


또한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음을 절대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당당하게 걸어가야겠다. 2021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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