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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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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자식, 무능력한 아빠, 무관심한 남편… 가족에게 없는 것에 익숙했던 그의 존재. 이제 진짜 없어져야 할 것 같은 아니, 없어져도 신경이나 쓸까. 나 하나 사라진다고 끝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인데.

📖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내가 죽고 싶다고,⠀
죽어야겠다고 느끼는 이 체감이 중요한 거라고. ⠀
p.15⠀

삶의 끝이라 생각했으나 그를 기다린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죽음과도 같던 혹은 그보다 더한 시간의 짓거리는 그에겐 고통이나 다름없었다. 연이은 사업의 실패, 가족의 외면, 냉혈한 세상의 이름은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기로부터 이 몸뚱아리를 탈출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내가 나를 살고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빌어먹을 세상이 더 젠장해질 찰나! 우연은 그를 지나치지 않고 손을 내민다 다시, 살아보자고.⠀

📖 ⠀
어떤 의미에서 김성곤은 확인한 셈이었다. 그가 이 세상에 있든 없든 이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러나 죽음에게서 외면받았음에도 김성곤에게 살아 있다는 사실은… (중략) 그건 달리 말하면 그가 삶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
p.31⠀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누군가의 전설이 아닌 이름은 몰라도 볼만한 평범함의 전형이다. 때문에 온갖 MSG로 버무린 스펙타클한 전개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그의 이야기지만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상황과 경우가 다르지만) 나 역시 떠오르고 싶은 본능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숨을 쉴 때마다 언제까지 가라앉을지 모를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은 것 같다. 마치 이대로 익사하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이 삶에 길들여진 걸까.⠀

📖⠀
웃기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작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로도 삶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p.101⠀

사소한 계기를 통해 그는 바꿔보기로 한다. 뭔가 엄청난 큰 변화가 아닌 아주 정말 (나의) 작은 것으로부터. 세월의 무게에 자연스레 움추린 이 습관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에 낀 흠점을 하나둘 걷어내니 나 역시 칭찬할 거리가 보인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물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분명히 뭔가 다른 이 강렬한 느낌! 으로 그는 누구도 생각못했던 하지만 (숨이 붙어있는) 누구라면 할 수 있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를 떠났던 혹은 잊혀질 뻔했던 과거의 추억, 이름들이 하나둘 그를 찾아오고 비로소 삶의 온도를 알게 된다. ⠀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쉽지도 않다. 마음먹기까지는 쉬워도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역시 그런 부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남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보는 법을 깨닫는다.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졌으며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동안 나를 가두고 괴롭혔던 이 악하고 약한 감정으로부터.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건, 너의 생각이 아니라 너의 행동이야”
“우리는 왜 넘어질까? 우리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야”⠀

이 책을 읽고 그를 만나면서 한 영화 속 대사가 생각났다. 넘어지지 않으면 일어서는 법도 몰랐을 것이다. 얼마나 아픈지도 모른다. 가볍거나 무겁거나 상처의 깊이는 달라도 그것은 반드시 우리 인생에서 스친다. 그리고 흔적으로 스민다. 쌓이고 쌓여 하루를 만들고 내일을 나아간다.

비온 뒤에 땅은 더 굳는 법이다.⠀

#베스트셀러 #아몬드 #손원평 #튜브 #인생 #동기부여 #창비 #책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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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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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주로 전래동화를 통해서일 것이다. 방금 막 떠올리기 쉬운 친근한 그림과는 달리 실제로 보기 힘들고 실제로 다가가기 어려운 이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그 위기를 타개하는 주인공의 영특함을 돋보이기 위한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했었던 그때 그시절. 그렇게 사람의 우월함을 증명해주던 존재는 네 발로 움직이다 시간의 도움과 공간의 변화에 손발맞춰 두 발로 걷게 되다 “짜잔~” 인간의 삶을 살면서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 : 루호 (장편동화)⠀
출판사 : 창비⠀
작가 : 채은하(글) 오승민 (그림)⠀

익살스럽고 야무진 표정의 (처음엔) 소녀인지 소년인지 알 수 없는 중간, 아직 설익은 앞니와 뭉툭한 손 그리고 꼬리로 추정되는 이 모습은 평범해 보이지 않죠. 방금 막 숲을 해치고 나온 듯한 이 개구진 얼굴의 이름은 “루호” 사람으로 변신한 아이 호랑이에요. 삼총사인 달수(토끼), 희설(까치) 역시 동물이 사람으로 변신한 친구들이고 셋은 함께 살아요. 이들을 돌보는 삼촌(구봉) 역시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신한 사연이죠. 모두 모악 할미(호랑이와 어린이들을 아끼는 옛산신)의 도움으로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자주 놀러다니던 어느날, 언덕 위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힘겹게 이삿짐을 나르는 여자애를 보게 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경계심이란 사라지고, 자연스레 생겨난 마음은 널 도와주게 되더니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모습으로 변신!! ⠀

#루호 #창비 #창비좋은어린이책 #가제본 #서평단

지아, 너의 이름. 나처럼 변신 안해도 너는 네 모습 그대로인 첫 사람친구. 다른 세상이어도 편안한 기분이란 이런 거야. 더 좋은 사이가 되고 싶은데 더 가까이 가고 싶은데 하필 그 애 아빠가 사냥꾼이라니. 그것도 TV에도 나왔던 호랑이 사냥꾼. 여기로 이사온 것도 나를 잡으러 온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내 친구의 아빠를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 화살과 총을 가지고 다니며 호랑이 잡을 생각으로 가득한 그사람을 언젠가 마주할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어찌나 타이밍이 기가 막히던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달수가 걱정되어 찾으러 다니다 결국, 지아 아빠랑 마주치는구나. 피할 수 없는 싸움이야. 우릴 보호하려다 구봉 삼촌은 다쳤고 내 가족, 내 친구가 위험에 빠졌어.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뿐이야. 이 선택은 나를 저기 저 내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p.60)⠀

‘우리 선택이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거야.’ (p.181)⠀

선택의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었던 나의 과거, 언제 어디서 나타나 나를 향해 들리던 미지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그것은 나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난… 선택을 해야해. ⠀
선택, 어떻게 해야 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결국, 끝까지 가봐야 볼 수 있는 나의 현실. 그 현실이 만약 비극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세상이 보는대로 좌절할까. 아님 누구를 위해 극복할까. 결말을 바꿀 수 있는, 반전을 줄 수 있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
⠀⠀
선택 ‘당하는’ 것이 아닌 선택 ‘하는’ 힘이 아닐까. 선택이란 형벌을 선택이란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선택... 바로 그것. 지금까지 누군가의 힘에 의해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그들이 정해준 삶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진짜 내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택의 주어는 DESTIN'Y'(OU)가 아닌 DESTIN'I'가 되는 것. 호랑이로 살든 사람으로 살든 그건 나! 자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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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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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제로 한 웨딩홀을 방문하게 된 지혁은 그곳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연애든 일이든 어디든 무엇이든 밀당에서 늘 갑의 위치였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지혁, 근데 왜! 하필!! 오늘 결혼하는 여자에게 반한 것일까 🥺 하지만 그녀는 (다행히도) 그날의 주인공이 아니었으니…⠀

우연인지 악연인지 전남친의 결혼을 돕던 웨딩플래너 새아는 신부가 늦게 오자 어쩔 수 없이 신부가 있는 척 실루엣을 보여주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사연인 것이다. 자신이 반한 그녀가 신부가 아니고 웨딩플래너라는 사실은 알게 되자 (휴우…😮‍💨) 지혁은 바로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

예쁘고 프로페셔널한 그여자⠀
멋지고 카리스마적인 그남자,⠀

이처럼 잘 어울리는 두 연인의 행복으로 직진 놉!! 😑 사랑하지만~ 이렇게 잘 맞지않은 한 이유가 저기 팔짱을 끼며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

(사랑해도) 결혼이 문제! 라는 그⠀
(사랑하니까) 결혼이 답! 인 그녀 ⠀

새아는 결혼을 원하고 비혼주의자인 지혁은 결혼만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너와 나 잠시 헤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 하지만 지혁은 새아와 헤어질 수 없었고 새아 역시 그럴 생각이 없었기에 다시 만나야 하는, 우린 진짜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봐~ 🥰🌹⠀

하지만,⠀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로맨스란 모름지기 세모든 네모든 모가 좀 있어야 모든 볼 만한 법이지 (나만 아니면 되는 거지 모😝) ⠀

예사롭지 않은 인연(!) 사진작가 조예찬의 등장, 지혁 못지 않은 세련된 외모와 멋진 여유로움의 그 역시 새아에게 반한다. 거침없이 다가왔던 지혁과는 달리 한 발짝 두 발짝 그녀가 놀라지 않게 스며들 듯이 조심스레 다가가는 예찬의 움직임, 흔들리는 새아…⠀

사랑 먼저? 결혼 먼저?⠀
마음이 이끄는대로? 머리가 알려주는대로?⠀
이 사람일까? 저 사람일까?⠀

그렇게 삼각관계는 시작되고 있었다. ⠀

#밀당의요정 #천지혜 #웹소설 #로맨스소설 #서평단 ⠀

📕 웹소설은 처음이라…. 🥲⠀
📗 저 도톰한 무게감에 ‘언제 다 읽는 거지’ 했지만 ‘인제 다 읽었네’ 했으니 이제 3권이로구나.⠀
📘 웹툰으로 나온다고 하니, 머지않은 날 드라마로도 나올 것 같은 강한 예감이시여.⠀
📙 그리하여, 내 맘대로 캐스팅 도전하는 거닷!⠀
새아(신혜선 님, 서현진 님, 조보아 님)⠀
지혁(서강준 님, 이준호 님, 오랜만에 이준기 님 로코 도전💕)⠀
예찬(김선호 님, 우도환 님)⠀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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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 내 마음의 빛을 찾아주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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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계절이다. 손길, 눈빛, 미소, 관심과 배려… 지금처럼 누군가 만나는 것이 조심스럽고 눈치보이는 시절이면 더더욱 그리운 사람의 향기. 마스크로 가리워져 답답해도 단 하나의 이름이라면, 그 이름이 바로 너라면 얼마나 아름다움인가.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비로소 시작이니.

“이름이 뭐에요?”
 “다시 볼 것도 아니면서… 이름이 중요한가”
 “다시, 보고 싶으니까요”

2년 전에 본 한 연극에 나온 대사이다. 이름을 물어본다는 건, 대부분 단순하거나 사무적인 이유지만 누군가에겐 다른 세상으로의 시작일 수도 있다. 지금의 시궁창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 삶으로의 희망. 그래서 더 감동적인 너와의 만남, 우리의 처음. 이름을 알아야 너를 다시 부를 수 있으니까. 내가 너를 기억하고 네가 나를 간직해주길 바라는 진심. 

치열하게 현재를 싸우고 오늘을 버티는 와중에 나온 너의 그 한 마디에 마음은 쿵! 하고 털썩! 해진다. 얼마만에 찾은 평화일까. 탁하고 거친 공기가 뒤섞인 와중에 내 왼쪽을 건드린 이 로맨틱한 순간, 단지 이름을 불러줬을 뿐인데 말이다. 네가 나를…

#당신이내이름을불러준순간 #전승환 #책추천 #에세이추천 #다산북스

📕 어쩌면 결핍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고, 또 사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이 서툴고 여린 결핍이 애정과 온기를 끌어당기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p.43)

삶이란 불완전한 모습이다. 그것을 깨닫고 채워가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이유인 것이라. 원래부터 온전한 형태였다면 애써 움직일 필요도 없고 생각도 없고 변화도 없으니 또 얼마나 재미도 없을 것인가. 그리하여, 네가 있는 것이다. 

하나라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둘이면 행복하다는 깨달음이다. 다른 세상과 함께 내 앞에 다가온 너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두드린다. 쿵쿵 쿵쿵 소리는 점점 커지고 결국 참다 못한 나는 문을 연다, 사랑이구나!

📕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이 세상 모든 것에 ‘내’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 무의미한 것들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 ‘축제’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상실과 슬픔마저도요. (p.121)

이전엔 몰랐던, 무심코 지나가는 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의미’ 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에겐 그저 보통일지라도 나에겐 특별한 이야기, 의미가 됨으로써 삶에도 의미가 생기다. 생기있는 삶, 좋아하는 마음이다.

너를 좋아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내가 좋아야 하는 거다. 좋지 아니하면 힘들다, 마음이. 마음이 힘들면 정신이 힘드니까. 일을 해야 하니까. 좋아하도록 움직여야 하니까.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는 건, 아닌 것...같은 게 아니라 아니다 아닌 것이다. 이런 삶이라면, 의미라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팔각정에서 고백했던 그녀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 에 얽힌 사연, 낭만을 넘어 감동입니다 🥺
피천득 작가님의 <인연> 나와 너무너무너무 반가웠고 정채봉 작가님의 <이 순간>은 구매까지 했어요. (좋은 책 알려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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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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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네 번의 노크⠀
지은이 : 케이시⠀
출판사 : 인플루엔셜 @in__fiction⠀

“이 동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깊은 숲속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말하면 자연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거친 정글의 모습이었지요.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살지만 각자 영역을 지키면서 높이 뻗어나가야 생존할 수 있는 야생의 모습 말입니다” (p.13)⠀

한 남자의 죽음⠀
여섯 명의 진술⠀

남자는 이방인, 여섯 사람은 한 아파트의 층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이들이 사는 곳은 3층, 여성 전용층이며 남자는 이들 중 한 사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야기는 여섯 그녀들의 진술을 토대로 쓰였다.⠀

그저 단순하게⠀
발을 헛디뎌 넘어진 우연한 죽음이 아니다⠀
무언가 계획에 의한 치밀한 살인인 것이다⠀
누가 범인일까⠀

지적장애 3급인 304호 거주자를 제외하면 사건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보다는 여기 이 아파트, 나는 지금 어떤 삶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다. 기구한 사연들 그리고 사람들… 여기까지 보자면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에서 포와로와 기차 승객들의 대면 장면이 어렴풋 그려진다. 차이가 있다면 사건과의 만남, 수사관, 이름 유무, 용의자와 참고인 조사 정도랄까. (추후에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하다. 누가 참고인 정도로만 끝날지 아니면, 용의선상에 끝까지 살아남아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이는 과연 누굴까)⠀

“그러고 보면 이 건물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나 싶어요. 다들 나사 하나씩 빠진 사람처럼 뭔가 이상해요. 같은 층에 살아도 304호 말고는 잘 모르네요. 이 동네가 원래 그래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이사 가고 싶어 하지” (p.73)⠀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도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없다. 301호부터 306호까지 그저 방번호로만 불릴 뿐이다. 저들의 사생활에 무관심해야 내 생활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이곳에 이름이란 그 자체가 아이러니 아닐까. 작가는 다른 의도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이름을 안다는 건 (선을 넘고) 관계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같은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선 이름 대신 그들이 사는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 장르적 특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끔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아파트 안에서 너와 나는 없다. 오직 나,만 있을 뿐이다. 벽에 기대면 서로의 모습이 보이고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지만 멀리해야 한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해야 한다. 이게 이곳에서 사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귀신을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악의를 가진 사람입니다. 귀신은 봐도 사람의 속내는 나 같은 사람도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그 사람들이 모이면 거악이 되고 거악을 잠재우는 것은 파멸 외에는 없습니다.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결국 터져 자멸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희생은 온전히 선량하고 약한 영혼들이 입게 되는 겁니다. 역시나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입니다” (p.81)⠀

✍🏼 출판사로부터 도서(티저북)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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