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에 관한 명상
송기원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위선이 내면의 악을 숨기는 행위이고 위악이 오히려 그 악을 공격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달성되어지는 것이라면, 송기원의 <여자에 관한 명상>은 이러한 위악을 지향하는 형식을 빌려 소설의 본질인 '꾸미기'를 달성해내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문학이, 주체의 내밀한 근원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송기원은 새롭고 어긋난 형식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으며, 작가의 삶과 분리되지 않은 소설 쓰기의 무거움을 통해 스스로 세계와의 불화를 꿈꾸며 상처입기를 시도했던 중견작가의 오만하면서도 순수했던 고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의 나를 여자들과의 상관관계를 통해 귀납하고 구성해내는 송기원은 일방적인 전달형식을 통해 소설에 드러나는 상처를 자신의 혼자만의 상처 차원에서 '성장'과 '예술'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투박한 세련됨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부분은 선명하게 드러난 주인공 '김윤호 '의 내면세계와 맞닿아 있는 여자들의 내면 세계이다. 물론 이 작품이 일인칭의 시점에서 고백적으로 쓰여져있기는 하지만 소설의 논리적 개연성 결여된 채로 전개되는 여자들의 일련의 행위들은 단지 하나의 배경(背景)으로 충실한 역할을 해 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