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ㅣ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1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월

이 책을 사기 위해서 서점에 간 것은 아니었다. 친구가 읽고 있던 책이란 생각에 약간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몇 장만 읽다가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몇 페이지는 건너뛰었다. ‘원래 자기 계발서나 교훈을 늘어놓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무심히 읽고 있던 나를 끌어당긴 것은 이런 구절이다. ‘사소하게 생각한 잘못들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마침내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거야’라는 녹색으로 덧칠 해진 구절이었다. 그 책을 읽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내뱉은 신랄한 말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황도 떠올랐다. 그래서 그냥 몰입해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반 쯤 읽고 나자 공짜로 버젓이 앉아서 ‘배려’라는 책을 읽는 내가 새삼 부끄러워졌다. 읽던 곳을 표시하고 책을 덮었다. 책을 사기로 했다.

집에 오자마자 나머지 부분들을 읽어 내려갔다. 자기 계발서 책들은 대부분 위대한 멘토가 있다. 그 멘토들이 주인공의 삶의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이야기 구조는 비슷하다. 다르다면 그 내용의 구성이 다르다. 우리 삶과 밀착되어서 내 일상을 이야기 해주는 듯했다. 주인공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내 일상이 오버랩 되었다. 공자의 ‘논어’를 인용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았다. 진리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공자의 ‘논어’를 인용한 것은 적절해 보였고 맘에 들었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위’라는 주인공이 회사 내의 경쟁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회사 일만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점점 멀어진 아내와는 급기야 별거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 때 항상 등장하는 멘토가 있다. 멘토의 도움으로 하나씩 자기 삶을 다시 조명하게 된다. 그 멘토가 제공한 키워드는 ‘배려’였다. 나를 위한 배려는 내 스스로에게 정직하는 것이다. 나와 남을 위한 배려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배려는 통찰력을 지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모든 덕목들은 통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배려’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과 통하기도 한다. 마음을 열고 모든 자들을 스승으로 여기는 것은 물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마지막 장에 남겨진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이 구절을 적으면서 이 책의 감상문을 마무리 해야겠다.

단단한 돌이나 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깨지기 쉽다. 그러나 물은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는 법이 없다. 물은 모든 것에 대해서서 부드럽고 연한 까닭이다. 저 골짜기에 흐르는 물을 보라. 그의 앞에 있는 모든 장애물에 대해서 스스로 굽히고 적응함으로써 줄기차게 흘러, 드디어 바다에 이른다.’-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