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안녕 유럽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은 시작되었다
김인숙 지음, 강영규 사진 / 한빛라이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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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이다.


 



언젠가 리크루트 포인트라는 일본회사의 광고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비유로 시작하는 그 광고에는 결승점을 향해 경쟁하며 달려가는 수 많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더 빠르게, 끊임없이, 쉬지않고 달리는 주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한 주자가 의문을 던지며 상황이 급변합니다. 바로 사람들은 각자 가야할 '자신만의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감동적인 광고는 수 많은 주자들이 경로를 이탈하여 자신만의 길을 달려가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지는 좀 지난 영상이지만, 볼 때마다 제가 살아가는 세상과 스스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가,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하고 말이지요. 이 문제는 결국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사실 생활인으로서 일상에 치이며 살아가다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에겐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짧은 여행의 기록 

그리고 여행의 순간마다 반짝이던 엄마와의 추억들


그래서인지 김인숙님의 책 <안녕 엄마, 안녕 유럽>도 단순한 여행기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바라보며 살아가던 저자에게 엄마의 부재는 그 자체가 새로운 장소로 떠난 여행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에 담긴 한 달간의 유럽 여행 기록은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를 이해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종의 내면 여행기였습니다.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책 표지에는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 읽고나서 느낀거지만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 위로 놓여진 직선은 마치 김인숙님, 그녀 삶을 구분짓는 어머니의 부재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과 같은 매순간을 이어나가는 삶의 연속선이 직선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내 길을 물었을 때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와 기가 죽었다. (..중략..)

엄마는 항상 바빠서 별것 아닌 일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78p


사실 이 직선은 표지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동안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본문을 가로질러 배치된 직선은 사이를 두고 위 아래를 오가며 쓰여진 유럽 여행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저자가 겪었을 오묘한 감정들을 읽는 이에게도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넓직한 여백과 감성적인 사진이 주는 여유는 자칫 너무나 진지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저자의 생각 조각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소화시킬 공간을 마련해주는 듯 했습니다. 


담담하게 기록된 문장들로부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아쉬운 감정들이 어렴풋이 전해졌지만, 중간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그녀 어머니와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풀어놓고 있었고 책의 말미로 갈 수록 앞선 감정들이 애정과 사랑으로 채워져감을 느꼈습니다.



안녕, 엄마. 내 엄마로 살아준 시간들. 그리고 내 엄마여서 참 고마워  213p 


이 짧고 가벼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저의 어머니를 무겁고 길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삼남매를 이렇게 잘 키워내기 위해 밤낮없이 보냈을 당신의 고생과 땀방울을 통해 이루고자 하셨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점점 고민이 많아지던 시기, 어머니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하고 싶은 거 해. 뭘 선택하든 잘해내리라 믿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들 중심으로 생각해.

 

새삼 당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 제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신 어머니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당시엔 저 말을 듣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하는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지만, 지금 돌아보면 결국은 자기다운 선택을 내리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안녕 엄마, 안녕 유럽>은 저자 김인숙님의 이야기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시작점이 되는 엄마라는 특별한 소재 덕분에 남녀노소 공감하고, 자신의 삶과 어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힘을 지닌 책이었습니다. 다만 유럽의 풍경을 기대했거나,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책을 집어드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예상과 조금 다르게 펼쳐지는 전개에 실망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고나니 왠지 더 쑥쓰러워 잘 하지 못하는 그 말로 마무리 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안녕 엄마, 안녕 유럽>의 자세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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