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 디자인 여행 7
지은경 지음,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안그라픽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번 달은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칸에 몸을 밀어 넣는 일이 내심 즐거웠습니다. 그 꽉 
들어찬 좁은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전쟁을 시작하기 전 누리는 찰나의 휴식처가 되었을 테지만,
그 사이 저는 벨기에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인파에 휩쓸려 정신없이 지하철에
몸을 싣고 '벨기에 디자인 여행'을 펼치면 금새 지은경씨를 따라 벨기에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있었던거지요. 이렇게 매일 아침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아침에 눈뜨고 일터로 나서는 길이 
설레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까지 집 밖을 나서는 제 손에는 무조건 이 책이 들려있었습니다. 사실 가방에 
넣고 싶지 않았지요. 곧 꺼내볼 요량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뭔가 뽐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벨기에
 자수의 모양을 담은 책 표지가 무척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표지 앞 쪽은 그래픽으로, 
뒤 쪽은 사진으로 구성된 멋진 책을 꼬옥 거머쥐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왠지 벨기에의 속성을 가진
사람이 된 듯 했습니다. 아름답지만 과하지 않고, 실용적이지만 차갑지 않으며, 자연스럽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책을 펼치면 벨기에 디자인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히 읽어볼 수 있습니다. 건축과 도시, 
음식, 패션, 공간들, 예술과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들. 읽다가 문득 디자인 여행 책을 읽고 있는건지 
벨기에 관련 잡지를 읽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최신의, 그리고 에센셜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 알찬 내용도 내용이지만 함께 실린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의 아름다운 사진은 책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지요. 더불어 안쪽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된 디자인은 그야말로 소유욕을 부르는 
요소였습니다.






스머프도, 파트라슈도 알았지만 직접적으로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한 탐구는 생을 통틀어 이 책을 통한 
것이 처음입니다. 때문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만나는 이야기와 풍경들이 저를 단숨에 사로 잡았지요. 
기 쇼카르트도, 줄 왑스도, 폼필리오의 모자도, 다이아몬드 거리도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3가지 맛깔이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맛깔나는 글솜씨, 맛깔나는 벨기에 속 디자인들, 
맛깔나는 책의 모양새. 





원래 책을 사랑해서 어떤 책이라도 혹평까지는 하지 않습니다만, 극찬도 아끼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벨기에 디자인 여행>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흥분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려드리고 싶네요. 책을 다 읽었던 날 제 꿈의 목록에는 
'벨기에 여행하기'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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