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예술 -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침묵을 배우다
알랭 코르뱅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시간은? 오후 2. 까페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주변의 소음이 나를 가득 채운다.

그렇다면 외부의 소음뿐인가? 그렇지 않다. 내면의 잡다한 생각과 업무는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입은 무겁게 닫고 있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온갖 소음은 우리를 침묵이라는 단어를 잊게 만든다.

 

침묵의 예술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가 알랭 코르뱅이 쓴 책이다. 그는 파리1대학

에서 교수생활을 했고 퇴임 후 많은 연구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으로,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서 오늘날까지 침묵의 의미와 흐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사실 침묵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과 신비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유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옛사람들의 침묵에 대한 정신과 태도, 전략 등을 다양한 예술과 기록들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1장은 침묵의 아늑함이라는 제목으로 침묵이 어떻게 공간을 채우는지 보여준다. 침묵은 형태가 없지만 분명히 우리 곁에서 가까이 존재하고 침묵을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를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은 우리의 공간을 풍성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실내장식이 영혼의 소리 없는 언어라면 침묵 자체는 어디에나 영혼이 섬세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불어넣는다.’ 진정 그러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침묵이 그 공간을 채울 때 비로소 공간은 공간다워진다.

 

2장은 자연 속에 가득한 침묵이다. 자연은 온통 침묵으로 가득하다. 특히 광활한 자연 앞에 한낮 인간은 침묵의 세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밤의 첫 정적과 낮의 마지막 속삭임이 언덕 위에서, 강가에서, 나무 사이에서 그리고 계곡에서 싸울 때, 숲이 서서히 침묵할 때, 나뭇잎 하나도 이끼 하나도 숨을 쉬지 않을 때, 달이 하늘에 걸려 있을 때, 인간의 귀가 예민해질 때어쩌면 침묵이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은 자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침묵을 경험할 때 우리의 심연은 더 본질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3장은 신에 관한 부분이다. 예로부터 모든 종교는 침묵과 명상, 묵상기도 등의 전통이 있었다. 내면의 고요함 속에 신의 신비를 경험하고 자신의 욕망을 잠재워 영혼의 안식을 얻는 행위가 곧 종교의 최종목적이기 때문이다. 4장은 구체적으로 침묵을 훈련하는 방법과 장소, 역사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며 5장은 여러 예술작품들이 어떻게 침묵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6장은 침묵의 전략과 유익에 대해 설명하며 7장은 사랑하는 이들이 침묵을 통해 더 사랑이 깊어지는 예들을 설명하고 마지막 8장은 침묵이 가져오는 비극적인 모습을 삶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설명해준다.

 

책을 읽으며 침묵을 유지하고 음미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만큼 나 자신이 얼마나 침묵과 거리가 먼 사람인지, 많은 생각과 잡다한 일들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침묵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동경하는 시간이었다. 침묵이 가져다주는 내면의 평화와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해나가는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을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며 짧지만 의미 있는 책을 읽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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