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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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경제학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렵다. 따분하다. 전문적인 영역이다.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경제학에 대해 잘 알면 주식투자를 잘 할 것 같고 돈의

흐름을 잘 파악해 사업에 큰 성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경제학을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이들은 경제학이 뜬구름 잡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이며 이상적인 이론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냉철

하고 차가운 머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이준구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통적인 경제학에 반하는 행태경제학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행태경제학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행태경제학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독특한

행동양식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의 방식을 연구한다. 행태경제학은 아직 전통적인 경제학에 비해 역사도 짧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경제학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트버스키와 카너먼이란 학자들의 노력과 세일러의 공헌으로 점점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행태경제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의 전초인 클라크메달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는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다시 말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행태 경제학이 하나의 분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사실 이 역사를 보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려는 진정한 학자들의 노력이 세상을 더 발전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지식인들은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여 비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은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지식을 권력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점점 학문의 방향이 추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학자라면 그 권력을 내려놓고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학문이 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바로 행태 경제학자들이 그런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분석해 놓은 부분이었다. 대표적인 단어가 휴리스틱이었는데, 이 말은 우리말로 어림짐작혹은 주먹구구와 비슷한 말이다.

많은 이들이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결과를 도출하리라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철저하게 따져보기보다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여러 사례를 읽으며 기존의 경제학에서 주장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는 가정이 얼마나 허상인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 사실 나 자신만 해도 뭔가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듯 하지만 얼마나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는지 모른다. 물론 그런 휴리스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경제학이 무시하던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기존의 이론을 뛰어넘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뒤에 나오는 내용 역시 현실의 인간은 기존의 경제학을 뛰어넘거나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 특이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행태경제학자들은 그런 인간의 진솔한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을 통해 경제학이 이렇게 흥미롭고 현실적인 학문인지 새삼 깨달았다. 물론 저자의 탁월함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배려 덕분이었지만, 책을 계기로 더욱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비록 인간은 완벽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기적이며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이지만, 그 사실을

그래도 인정하고 그럼에도 그 아슬아슬한 욕망과 공공선 사이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학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경제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공분야가 아니었음에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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