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75년
데니스 애들러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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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둘다 자동차를 좋아한다. 특히 첫째는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이름과 차종별로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자동차에 진심이다.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집에 있는 자동차 잡지나 사진들을 보는 걸 좋아했고 당연히 장난감을 살 때도 자동차 장난감이나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을 고르곤 했다.

나 역시 아이가 좋아하다보니 자동차 잡지를 보거나 아니면 아이에게 유명한
자동차를 그려주곤 했다. 그 중에서도 많이 그려진 자동차가 바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였다. 그만큼 페라리는 명차의 대명사라고 불릴만큼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자
드림카였다. 내가 평생 이런 차를 몰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돈도 돈이지만 지금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동차보다는 다른 곳에 투자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자동차를 생각하면 늘 기분이 좋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일하는 보람과도 연결되고 늘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에 언젠가 한번쯤은
좋은 차를 사서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기도 한다.

이 책은 페라리의 역사를 담은 화보집이다. 물론 화보집이라고 하기에 중간중간
페라리의 여러 자동차들과 함께 시대별로 출시된 명차들의 소개도 나와있으며 굵직굵직한 사건과 에피소드들이 채워져 있어 지적 욕구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데니스 애들러는 작가이자 사진작가, 역사가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35년 경력동안 5000편 이상의 기사와 사진을 출판한 편집자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페라리의 주인이 된 것처럼 황홀한 기분이었다. 직접 운전하지는 못해도 그동안 페라리에서 출시한 수많은 모델의 사진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읽노라면 마치 그 시절에 태어나 그들과 함께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차들을 접할 수 있다면 또다른 기분이겠지만.

중간에 나오는 엔초 페라리의 아들 알프레도 디노 페라리에 대한 일화도 감동적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근위축증을 않았고 불굴의 의지로 학교를 졸업하지만 20대 초에 건강이 악화되어 삶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지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디자인한 엔진을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엔초 페라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들이 자기 아버지에게 유산을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내 아들은 그랬다. 나는 그 애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 애가 얼마나 선한 아이였는지를 절절하게 깨달았다. 그 애는 자신이 곧 죽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나와 병문안 온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고통스러운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또 아들을 생각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 지금도 너무 소중한 그 아이가 만약 나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 사지가 찢겨 나가는 고통이 밀려오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아이와의 추억으로 또 남은 삶을
살아가겠지. 뜻하지 않은 감동을 안겨준 페라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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