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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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가끔은 소설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수필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소설도 그런 작품들이 있지만 수필만이 가진 매력이랄까. 특히 인간에 대해, 세상과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질문하며 한걸음씩 발을 내딛는 이의 소박한 글을 읽노라면 마치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해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따뜻한 글을 쓸 수 있기를. 다른 이들과 따뜻한 소통을 할 수 있기를.

 

저자 박상률님은 시와 희곡, 소설과 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봄바람이란 소설은 성장기 소설을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 외 많은 시집과 소설집, 그리고 산문집과 희곡집도 다수 발표하기도 했다.

 

책은 크게 5가지의 챕터로 분류되어있으며 글을 쓴다는 것 말의 속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의 깊이와 넓이 사람살이의 그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전반부에 나오는 저자가 문학과 만난 장면이 기억에 난다. 그는 자신이 오월시를 만나지 않았다면 상과대학 졸업자로서의 길을 가고 지금 은행원으로서 정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단 하나의 시. 혹은 글귀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그런 글귀나 작품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비록 글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게도 인생을 뒤흔들만한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가 무척 멋있어 보였다.

 

중간에 나오는 김종삼 시인의 장편이란 시도 마음 깊이 남았다. 내용은 이러하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십 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십 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이게 뭔가. 이 짧은 시 한편이 주는 엄청난 울림이라니. 늘 가난하게 구걸을 하러 다니지만 아버지 생일날은 돈을 주고 밥을 사먹는 소녀. 그 인생이 멋지고 부럽기만 했다.

 

나는 사장님이 싫어요란 제목의 글에서는 저자 특유의 해학이 잘 드러난다. 누구나 사장이 되고 싶었던 시절. 그리고 그 호칭이 주는 유치함과 허세. 요즘은 누구에게나 님자를 부여주고 그러면서 서로 높아지려고 하는 모습에서 저자는 회의적인 웃음을 짓는다. 이러다가 학생님이라 불러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책을 읽는 내내 짧은 글 속에서 저자라는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려지는 듯 했다. 그리고 물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순간의 일들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과 따뜻한 시선이 부러웠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씩 저자의 모습을 본받고 싶단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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