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는 무엇일까? 참고로 난 전공자도 아니고 문학이나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학에 대한 동경이 있고 그 속에 담긴 보물이 팍팍한 우리네 삶을 조금 더 인간답게 바꿔줄거라 믿는다. 그래서 삶이 더 각박하고 복잡해질수록 더욱 문학과 인문학의 감수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여전히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우리의 일상에서 무작정 문학과 시를 가까이 하는 일이 너무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

 

이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좋은 지침서이다. 저자인 정재찬 교수는 전작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통해 대중에게 시를 읽는 기쁨을 선사해준 고마운 분이다. 단순히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강의가 아니라 우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를 관통하며 인생이라는 큰 강물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강연을 해주고 있다. 그를 통해 시가 단순히 소수의 지적만족을 위한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해주며, 인생의 지혜와 성찰을 담고 있는 좋은 유산임을 깨닫게 된다.

 

책의 구성은 제목과 연결되어 인생의 중요한 키위드,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한 주제를 담는 시가 곳곳에 등장하며 이를 삶과 다양한 이야기들로 잘 연결시켜주고 있다. 그 속에 저자의 따뜻한 진심과 사람들과 인생을 향한 애정이 책의 곳곳에 잘 드러나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짧은 시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을 예로 들며 이게 우리의 삶을 담은 시라는 것이다. IMF 사태 이후 갈곳 없는 이들, 희망없는 이들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낙과 같은 그 절절함을 딱 두줄의 문장에 담아놓았다. 얼마나 아름답고 명징한 표현이란 말인가. 이것이 시의 힘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시와 문학이, 그리고 삶이 더 좋아졌다. 여전히 힘들고 안타까운 일로 가득한 우리네 삶이지만 시 한구절이 있어, 노래 한자락이 있어 오늘도 그걸로 버틸 수 있음을. 그런 이들과 함께 하며 서로 격려하며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한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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